현대자동차가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주도권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뿐 아니라 수소전기차와 자율주행분야에서 기술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수소경제시대를 이끌 기술리더십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기아는 올해 들어 이어지던 판매 증가추세가 9월에 멈췄지만 마진이 좋은 레저용차량 판매가 단단해 수익성 호조세를 이어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계열사 현대중공업이 신규수주를 순탄하게 늘려가고 있으나 현장에서 이어지는 사망사고를 없애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포스코는 철강업황 호조에 좋은 실적이 기대되지만 탄소중립을 향한 준비를 서둘러야 하는 과제가 무겁다.
현대제철 역시 좋은 실적이 기대되지만 주력공장에서 사내하청 노동자의 고용문제를 해결해야 생산차질 가능성을 막을 수 있다.
<자동차>
◆ 현대자동차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9월 초 국내외 주요 행사에서 수소사회와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겠다는 비전을 세계시장에 알렸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내연기관차 시대에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종자)’에 머물렀으나 친환경 미래 모빌리티시대를 맞아 ‘퍼스트 무버(시장 선도자)’로 탈바꿈하는 행보를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기차 확대 계획에 머물고 있는 다른 완성차업체와 달리 수소연료전지 등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날로 중요성이 커지는 수소산업시대를 이끌어 갈 체력을 다지는 것으로 전망된다.
세부적으로 현대차는 세계 완성차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2028년까지 모든 상용차 라인업에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트럭 엑시언트 양산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 발빠른 움직임을 이어가는 것이다.
최근 경쟁사들도 현대차에 이어 수소전기트럭을 출시할 계획을 내놓고 있는 만큼 현대차는 엑시언트의 판매처를 기존 스위스뿐 아니라 독일, 네덜란드, 미국 등 주요 국가로 확대하는 데 박차를 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와 고성능 수소전기차, 수소연료전지 기술을 활용한 도심항공모빌리티(UAM)까지 수소 모빌리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데도 활발한 행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또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협업 등을 통해 현대차가 무인물류 트레일러, 로보택시를 비롯한 자율주행 모빌리티도 확대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실적 전망도 좋다. 올해 하반기에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문제로 생산이 줄어들 수 있으나 내년부터 정상화되면서 수익성을 강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현대차는 내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을 8조 원대 중후반까지 끌어 올려 2012년(영업이익 8조4천억 원) 뒤 사상 최대치 기록을 10년 만에 새로 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기아
기아는 9월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1% 줄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이어지던 판매 증가세가 멈췄다. 반도체부품 부족으로 국내판매가 크게 줄었고 해외판매도 8월에 이어 두달 연속 하락했다.
다만 미국시장을 중심으로 마진이 좋은 스포티지, 텔루라이드, 카니발 등 핵심 RV(레저용차량)과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판매가 단단해 좋은 수익성을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도 다른 경쟁사와 비교하면 덜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더구나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가 10월 유럽 출시를 앞두고 현지 언론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기아는 상반기 진행한 EV6 사전예약에서 3만 대 이상의 예약을 받았다. 글로벌 완성차들과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을 놓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에서 선전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 쌍용자동차
쌍용차 매각 본입찰이 전기차업체 이엘비앤티와 에디슨모터스 2파전으로 진행되고 있다. 애초 우선협상대상자는 10월 초 발표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일정이 미뤄지며 10월 중순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회생법원은 인수후보가 낸 인수제안서의 자금증빙만으로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무리가 있다고 보고 15일까지 본입찰 참여업체에 자금증빙 등 서류보완을 요청했다.
이엘비엔티와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와 비교해 자산이나 매출규모가 너무 작아 본입찰 마감 때부터 자금 마련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쌍용차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9천억 원을 올린 것과 달리 에디슨모터스는 지난해 매출 898억 원을 내는 데 그쳤다. 이엘비엔티는 지난해 매출이 1억 원도 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인수후보가 자금증빙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매각이 유찰될 가능성까지 나온다.
◆ 한국GM
한국GM은 9월 한 달 동안 자동차를 모두 1만3750대 팔았다. 2020년 9월보다 국내판매는 36.5%, 해외판매는 71.3% 줄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로 가뜩이나 내수판매가 부진한데 수출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에 한국GM은 수익성이 좋고 물량 확보가 상대적으로 원활한 레저용 수입차를 앞세워 내수판매에서부터 돌파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GM의 레저용 수입차가 국내시장에서 인기를 끌 조짐도 나타난다. 8월 국내 수입차 판매에서 한국GM이 수입하는 콜로라도가 661대 팔려 차종별 베스트셀링카 3위에 올랐다. 콜로라도는 9월에도 579대 팔려 1년 전보다 366.9% 늘었다.
첫 전기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인 볼트EUV 국내 출시가 가시화하면 내수판매 회복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볼트EUV는 사전계약 대수가 3천 대를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중공업>
◆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중공업그룹 주력계열사 현대중공업이 공모 흥행에 성공하며 코스피시장에 안착했다. 신규수주가 원활한 데다 친환경선박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어 현대중공업 기업가치를 놓고 전망이 밝다.
다만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에 놓였다.
고용노동부 집계를 보면 현대중공업에서는 2016년 5명, 2017년 2명, 2018년 3명, 2019년 3명, 2020년 4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그 뒤 현대중공업은 작업장 안전을 강화하는 종합대책을 2020년 6월 내놓고 3년 동안 3천억 원을 안전관리에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고 10명 내외로 구성된 안전위험관리조직도 신설했다.
하지만 올해도 2월에 1건, 5월와 7월에 각 1건에 이어 9월 들어 또다시 노동자가 작업공간에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4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8월에 난 사고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노동자도 1명 있다.
노조에선 안전위험관리조직의 인원을 늘려 현장, 특히 협력업체 직원과 안전문제를 놓고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망자가 공정성과에 압박을 받는 협력업체에서 주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안전문제에 성과를 내지 못하면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따라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검찰은 5건의 사망사고와 관련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진행된 1심 재판에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에게 벌금 2천만 원을 구형하기도 했다.
◆ 삼성중공업
삼성중공업은 올해 국내 조선3사 가운데 수주목표 달성속도가 가장 더디다. 조선업황 호조에 9월까지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수주목표를 이미 크게 넘어섰지만 삼성중공업은 아직 목표를 다 채우지 못했다.
다만 더딘 일감 확보가 선박 계약과정에서 높은 건조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삼성중공업의 영업흑자 전환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조선사들이 2년 이상의 일감을 확보함에 따라 조선사들의 협상력이 강화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선박 건조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는데 연말까지 추가 상승도 가능할 것이라는 시선이 많다.
삼성중공업은 대규모 수주를 앞두고 있어 올해 목표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데 높아진 협상력을 활용해 앞으로 수주에서 수익성을 최대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재고자산 평가손실 문제 등으로 2015년부터 2020년까지 6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는데 올해는 물론이고 2022년까지 영업적자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선이 많다.
하지만 올해 확보한 수주물량이 실적에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영업손실 규모가 크게 줄어들고 2023년부터 영업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 두산중공업
두산중공업은 기존에 보유한 원전기술을 토대로 다양한 소형모듈원전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 기업과 협력을 통해 앞으로 해외 원전 수주기반을 다질 것으로 보인다.
웨스팅하우스, 뉴스케일파워 같은 미국 원전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우크라이나에서 원전 건설계약을 따내며 두산중공업이 해외 원전사업에서 수주를 확대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중공업은 핵심 주기기를 공급하는 등 웨스팅하우스와 협력관계가 단단하다. 뉴스케이파워에는 6천만 달러를 투자하며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과 미국은 정상회담을 통해 원전기술 및 인력을 공유하고 해외 원자력발전소시장에 함께 진출하기로 뜻을 모아 두산중공업의 원전 수주확대 가능성에 힘을 더하고 있다. 원전 설계·제작·시공은 한국기업이 맡고 주요 부품과 운영사업은 미국기업이 맡는 방식이 유력하게 꼽힌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협력관계를 맺은 미국 기업들이 개발하는 소형모듈원전의 경우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예상돼 두산중공업의 원전사업을 향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철강>
◆ 포스코
포스코는 철강업황 호조에 힘입어 올해 더 없이 좋은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국내외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며 탄소중립을 향한 준비를 단단히 해나가야 할 필요성이 큰 상황에 놓여 있다.
당장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
최정우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과 경영진이 증인으로 출석해 탄소중립정책과 관련한 집중 질의를 받게 됐다.
포스코는 국내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온실가스와 대기오염 물질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이에 현대자동차그룹, SK그룹과 함께 수소기업협의체를 주도하고 핵심기술 '파이넥스'까지 공개하며 친환경에너지 그린수소를 확보하기 위해 철강업체 안팎에 걸쳐 협력을 강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가 수소환원제철 기술개발과 그린수소 확보 등 탈탄소와 수소경제시대 준비를 얼마나 단단하게 해 나가는 지에 주목할 필요가 크다. 이는 철강사업 실적 이상으로 포스코 기업가치를 좌우할 요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9월 제기된 부당거래 의혹도 포스코 경영에 외적 변수가 될 수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포스코지회(포스코 노조)는 공정위에 부당거래가 의심된다는 사유 등으로 김학동 포스코 철강부문 대표이사 사장을 비롯한 관계자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포스코가 제철소 현장 직원에게 공급하는 도시락과 관련해 중간 납품 단계에 불필요하게 업체를 끼워 영세한 도시락납품업체들이 대금정산을 제때 받지 못하고 부당한 수수료를 내야 했다는 것이 노조가 제기한 의혹의 요지다.
공정위가 포스코 노조의 조사 요청에 어떻게 대응할 지 시선이 쏠린다.
◆ 현대제철
현대제철은 철강 가격 상승으로 올해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낼 것라는 기대를 받는다.
다만 주력 생산거점인 충남 당진 공장에서 기존 사내하청 노동자 5300명 중 40%가량이 9월 설립한 자회사 입사를 여전히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 경영진의 어깨를 무겁게 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철강업계에서 처음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놓고 자회사를 통한 고용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했으나 초기부터 진통을 겪고 있으며 특히 사내하청 노동자 가운데 일부는 당진 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은 당진 공장 자회사 인력 충원에 속도를 내며 생산차질 가능성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당진 공장 통제센터를 점거하는 노동자들을 향해 퇴거결정을 내렸으나 이들은 요지부동이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공정에서 보조적 업무를 수행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숫자가 많아 자칫 진통이 장기화하거나 격화하면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제철은 노사관계 안정이 올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창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