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맥주사업에 팔을 걷어부쳤다. 신세계는 오는 10월 대기업 최초로 수제맥주 전문점을 개점한다. ‘대기업’ 신세계가 ‘중소규모 맥주업자’로 등록하면서 시장진출이 가능해진 것이다. 신세계의 맥주사업 진출에 대해 소규모 수제맥주 전문점과 중소기업을 위해 만든 제도에 대기업이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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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
신세계그룹 계열사 신세계푸드가 오는 10월 강남 지역에 수제맥주 전문점을 개장한다고 16일 밝혔다. 신세계푸드 수제맥주 전문점의 입지로 청담동 SSG푸드마켓, 반포동 신세계백화점 센트럴시티점 등이 거론된다. 신세계푸드는 수제맥주 전문점을 통해 에일맥주를 직접 제조해 공급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맥아 및 맥주 제조업을 새로운 사업목적으로 추가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그동안 맥주시장 진출을 위해 시장분석 등에 오랜시간 공을 들이며 신세계의 맥주사업을 진두지휘 해왔다. 수제맥주 전문점 개점은 정 부회장의 이런 노력이 맺은 첫 결실인 것이다.
신세계그룹은 롯데그룹이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한 것과 달리 중소규모 맥주업자 등록을 통해 맥주시장에 첫 발을 뗐다. 중소규모 맥주업자로 등록하면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할 때처럼 대형 생산공정을 갖출 필요가 없어 시장진출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중소규모 맥주업자로 등록하면 향후 주류제조면허 취득에도 유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신세계그룹의 수제맥주 전문점은 유통계열사 및 자체 운영 외식전문점과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신세계푸드는 수제맥주 전문점을 통해 우선 고급 맥주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보노보노 등 자체 운영 외식전문점에 공급할 것”이라며 “향후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등의 유통망을 활용해 시장을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중소규모 맥주업자 등록을 통해 시장진출을 꾀하면서 소규모 수제맥주 전문점과 중소기업을 위해 마련된 제도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소규모 맥주업자는 지난 4월 주세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수제 맥주를 도소매업자에게도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주세법 개정 취지는 수제맥주 및 중소기업의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고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개정된 시행령에서 수제맥주의 외부유통 허용 외에도 제조설비 기준 완화, 수제맥주 및 중소기업에 대한 주세부담 경감 등의 방안이 마련됐다.
수제맥주 전문점을 운영 중인 이 모씨는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수제맥주시장이 확대됐다지만 수제맥주 유통망 확보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신세계의 수제맥주 전문점이 개점하면 주변에 위치한 소규모 수제맥주 전문점들은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