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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TSMC 파운드리 해외공장 투자 확대, 삼성전자 추격하기 만만찮아
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  |  2021-09-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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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기업 TSMC가 근거지인 대만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기업이 많은 지역에 직접 생산시설을 건립함으로써 고객과 접점을 넓혀 파운드리 2위인 삼성전자와 격차를 벌린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 TSMC 2공장(Fab2) 전경. < TSMC >

2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서 5나노급 반도체 생산을 위한 120억 달러 규모 신공장을 건설하면서 조기 가동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하고 있다.

먼저 TSMC는 애리조나 공장에 사용되는 일부 생산설비를 대만에서 먼저 조립한 뒤 선박을 통해 미국으로 보내 최종 설치하는 방안을 진행한다. 10월 첫 번째 배송이 시작되는데 컨테이너 4천~5천 개, 운송비용 1억1천만 달러가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가 대만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점을 고려해 이런 방법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TSMC가 5나노급 공정을 다루는 첨단공장을 해외에 짓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면 미국 워싱턴에 있는 기존 TSMC 반도체공장은 8인치(200mm) 웨이퍼를 다루는 만큼 비교적 노후한 시설로 평가된다. 

기술매체 톰스하드웨어는 “TSMC가 애리조나에서 5나노급 반도체 공장을 지어도 대만에서와 같은 반도체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보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며 “TSMC에서 사용되는 맞춤형 장비 일부의 개발사가 대만에 있기 때문에 대만에서 장비 설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배송하는 것이 미국 현지에서 설정하는 것보다 더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첨단 반도체 생산을 위한 인력 육성도 이미 시작됐다. 애리조나 공장은 2024년 가동될 것으로 예정됐다. 하지만 TSMC는 일찌감치 미국 현지 엔지니어를 고용해 7월 대만에 파견하고 5나노급 공정에 관해 교육한 것으로 전해졌다.

TSMC의 애리조나 신공장은 향후 삼성전자와 인텔 등 파운드리기업과 경쟁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애리조나 신공장 계획이 처음 발표됐던 지난해 5월 당시만 해도 이 공장은 미국의 요청에 따른 형식적 투자에 불과하다는 시선이 많았다. 

애리조나 신공장에 적용되는 5나노급 공정은 현재까지 상용화한 반도체 공정 가운데 가장 발전한 기술로 꼽힌다. 하지만 공장이 가동되는 2024년에 이르면 3나노급 공정 등 더 뛰어난 기술이 도입된다. TSMC와 삼성전자는 당장 내년부터 3나노급 공정에서 반도체를 양산할 것으로 예정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TSMC의 애리조나 신공장이 향후 대만 못지않은 생산기지로 발전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이번에 짓는 신공장에 더해 반도체공장 5곳을 추가로 건설하고 미세공정 수준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TSMC가 (미국에서) 3나노급 반도체공장을 건립하는 데 230억~250억 달러 수준의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며 “TSMC는 향후 10~15년에 걸쳐 애리조나 사업장에서 2나노급을 비롯한 더 미세한 반도체도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공장.

이는 삼성전자가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170억 달러를 한참 웃도는 규모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사업장을 중심으로 파운드리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또 TSMC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첫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등 현지 국가들과 접촉해 공장 설립에 제공되는 인센티브를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유럽에 관한 투자계획이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삼성전자와 대조된다.

TSMC가 이처럼 해외에서 반도체 생산시설을 넓히는 데 힘쓰는 이유는 먼저 주요 반도체 고객사가 대부분 대만 바깥에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파운드리기업은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팹리스)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준다. 일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객사와 관계를 다져야 한다.

TSMC는 애플, AMD,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들을 최대 고객사로 두고 있다. 유럽도 NXP, 인피니언,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등 자동차 반도체를 개발하는 기업이 많아 파운드리시장으로서 매력이 상당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TSMC의 사업전략에 큰 영향을 미친 것은 변화하는 국제정세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TSMC가 대만에만 생산시설 대부분을 두고 있어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경색되는 과정에서 반도체가 국가안보를 좌우하는 품목으로 주목받으면서 ‘반도체 자국주의’가 강화되기 시작했다.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이 모두 자체적으로 반도체 생산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만큼 세계 1위 파운드리기업인 TSMC로서는 해외진출의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TSMC가 이처럼 해외로 발을 뻗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TSMC와 파운드리사업 격차를 좁히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TSMC의 시장 지위가 굳건한 가운데 새로운 경쟁자 인텔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분기 파운드리시장 점유율은 TSMC 52.9%, 삼성전자 17.3%, 대만 UMC 7.2%, 미국 글로벌파운드리 6.1%, 중국 SMIC 5.3% 등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2위라고는 하지만 1위 TSMC와 차이가 크다.

문제는 앞으로 인텔도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일감을 놓고 싸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텔은 올해 3월 파운드리사업 진출을 선언한 뒤 미국과 유럽을 대상으로 대규모 투자계획을 잇따라 공개했다. 퀄컴 등 반도체 대형고객사도 이미 확보했다.
 
▲ 미국 애리조나 챈들러에 있는 인텔 오코틸로 캠퍼스. 파운드리사업을 위한 반도체 공장 2곳이 새로 지어진다. <인텔>

삼성전자는 해외진출을 꾀하는 TSMC에 더해 인텔과도 승부를 봐야 하는 셈이다.

다만 TSMC, 인텔과 경쟁이 치열해져도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 실적 자체는 지속해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시장 규모가 확대되고 있어서다.

시장 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세계 파운드리시장 규모는 지난해 873억 달러에서 올해 1072억 달러로 늘어나고 2025년에는 1512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는 반면 삼성전자와 기술 대결을 펼칠 수 있는 파운드리기업은 점점 더 줄어든다는 게 반도체업계의 중론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운드리기업의 공장 투자비용은 28나노급 48억 달러, 7나노급 120억 달러, 5나노급 150억 달러 등으로 급증하고 있고 이는 자연히 경쟁 강도의 둔화로 이어진다”며 “5나노급 공정의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업체는 세계에 삼성전자와 TSMC, 인텔 정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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