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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고발청부' 돌파할 수 있나, 이명박 BBK 때와 너무 다르다

성보미 기자 sbomi@businesspost.co.kr 2021-09-06 15:5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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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고발청부’ 의혹을 돌파해 낼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당시 BBK 의혹을 정면돌파해 대통령에 당선됐던 전례를 떠올리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 보인다.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279'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윤석열</a> '고발청부' 돌파할 수 있나, 이명박 BBK 때와 너무 다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6일 국민의힘 안팎의 말을 종합해보면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에서는 고발청부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은 전면 부인과 함께 의혹 제기 자체를 여권발 정치공작이라며 화살을 민주당에 돌렸다.

윤 전 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이준석 대표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권이 프레임을 만들어서 하는 것이니 국민들이 보고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내가 검찰총장이었던 시절에 검찰총장을 고립시켜서 일부 정치검사들과 여권이 소통하며 수사사건들을 처리해나간 것 자체가 정치공작 아닌가. 정치공작을 상시로 해온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조수진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권이 송영길 대표가 언급한 ‘윤석열 X파일’에 이어 윤석열 찍어내기 시즌2에 돌입했다”며 “전혀 앞뒤 안 맞는 정체불명의 문건으로 공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혹의 직접 당사자인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은 침묵을 깨고 전면 부인하는 대열에 합류했다. 

손 검사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한겨레와 뉴스버스는 내가 김웅 의원에게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발송했다는 의혹을 보도했다”며 “내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이와 관련한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이에 따른 명예훼손 등 위법행위에 관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검사는 2일 인터넷매체 뉴스버스가 해당 의혹을 보도하자 “황당한 내용”이라며 부인했으며 그 다음날인 3일 연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월요일인 6일도 연가를 냈다. 

이날 아침 한겨레는 김웅 의원과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 인사 사이에 텔레그램 메시지 캡처와 함께 고발장 전문 등을 단독 보도했다.

다만 의혹의 다른 당사자인 김 의원은 "기억에 없다"는 말을 계속 반복했다. 

김 의원은 이날 따로 입장문을 내고 “오래된 일이라 기억에 없다”며 “내게 들어온 제보와 자료들 대부분은 당에 전달했지만 문제가 된 고발장을 실제고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 전달받았다면 이를 당에 전했는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과 국민의힘의 ‘모르쇠’ 태도를 놓고 일각에서는 과거 이명박 전 대통령의 BBK 사건과 비교하는 시선도 나온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선거후보 경선에서 투자자문회사 BBK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으로 특검 조사까지 받았다. 당시 사업 파트너였던 김경준이 이명박 당시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주라는 증언을 했다. 하지만 검찰과 특검 모두 무혐의로 사건을 끝내면서 이명박 당시 후보는 결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유력 대선후보가 경선 국면에서 대형의혹 제기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창도 이 전 대통령처럼 이번 파고를 넘을 수도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국면 돌파에 성공한다면 'X파일' 등 다른 의혹들은 쉽게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지금의 윤 전 총장은 당시 이명박 대선후보와 처지가 많이 다르다.

무엇보다 여야 대선 경쟁구도가 당시와 다르다.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는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으로 지지율이 20%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이명박 후보는 40%대로 여야 통틀어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였다.

이 때문에 이 후보는 BBK 사건과 관련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발표되자 단번에 지지율이 회복됐다. 30% 중반까지 떨어졌던 지지율이 2007년 12월5일 검찰수사 발표를 기점으로 다시 40%대로 복귀한 것이다. 중도 유권자들 사이에서 '묻지마 투표' 성향까지 나타났다. 

반면 지금 여당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력한 대선주자로 버티고 있다. 이 지사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고 있다. 최근 들어 일부 조사에서는 오차범위를 벗어나 앞서는 모습도 보인다. 

더구나 이 지사는 지난 주말 민주당 경선 첫 지역순회 경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얻으며 승기를 잡고 기세가 등등한 반면 윤 전 총장은 한 달 넘도록 지지율 하락 국면에 있다. 분위기도 다르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은 당내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2007년 6월 당시 이명박 후보의 BBK 의혹의 포문을 연 것은 박근혜 캠프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끝까지 당내 선두자리를 지켜내며 지지율을 방어에 성공했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선두자리가 위태롭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저격수’로 불리는 홍준표 의원이 바짝 추격하면서 오차범위 안에서 접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특히 5일 나온 조사에서는 비록 오차범위 안이지만 홍 의원에게 역전을 허용했다. 윤 전 총장의 하락세와 홍 의원이 상승세가 교차하고 있다는 점에서 심상치 않다. 

여론조사기관 알앤써치가 경기신문 의뢰로 3~4일 전국 만18세 이상 101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국민의힘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를 보면 홍 의원은 32.5%의 지지를 얻어 윤 전 총장(29.1%)를 오차범위(95% 신뢰수준 ±3.1%포인트) 안에서 앞섰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면 된다. 

검찰의 태도 또한 BBK사건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

당시 BBK사건은 주가조작사건으로 검찰이 '적당히' 수사한다고 해도 별 말이 나오기 힘들었다. 나중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퇴임 뒤 재수사 끝에 구속까지 됐지만 당시 검찰은 수사결과 별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윤 전 총장의 고발청부 의혹은 검찰이 비위의 주체로 지목된 사건이다. 고발장 사본 등 물적 증거까지 나온 마당이라 검찰은 조직의 명예를 걸고 수사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만약 진상조사에 나선 대검이 고발장 사본의 작성 주체가 밝혀내지 못해 이를 단순한 '괴문서'에 불과하다고 결론낸다면 여론의 지탄을 감당하기 쉽지 않다. 끝까지 파야할 처지다. 

이와 별도로 공수처가 직접 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이날 윤 전 총장과 한동훈 검사장, 손준성 검사 등을 이번 고발 청부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와 공무상비밀누설 등의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는 이미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방해 의혹사건과 관련해 윤 전 총장을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그동안 잠잠했으나 오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부장검사)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여야 정치권의 눈길은 일제히 검찰의 수사에 쏠려 있다.

사건이 복잡하지 않아 몇 사람의 휴대전화 또는 컴퓨터만 확보해 열어보면 대략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손준성 검사가 고발청부 사실을 인정하더라도 윤 전 총장과 무관한 일이었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점쳐진다. 실제 손 검사가 끝까지 부인한다면 윤 전 총장과 연결하기가 쉽지 않다. 

윤 전 총장은 검찰이 어떤 수사결과를 내놓든 전면 부인으로 일관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금이라도 인정한다면 천길 낭떨어지기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꿈이 물거품이 될 뿐 아니라 자칫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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