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두환 전 대통령이 9일 오후 항소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지방법원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법정에 출석했으나 건강 이상을 호소해 재판 도중 퇴정했다.
전씨는 9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제1형사부 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항소심 재판에 출석했다. 이날 재판은 세 번째 열린 항소심 재판으로 전씨가 항소심 재판에 출석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앞서 전씨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회고록에서 광주민중항쟁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했다.
전씨는 1심에서는 2019년 3월, 지난해 4월 두 차례의 인정신문과 지난해 11월 선고기일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법정에 출석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는 단 한 차례도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 측은 "항소심은 법리상 피고인이 불출석해도 재판 진행이 가능하다"며 불출석했으나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함에 따라 출석한 것으로 보인다.
전씨는 이날 낮 12시43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해 경호 인력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갔다. 부인 이순자씨도 함께 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고인의 신원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와 검찰과 피고인 양측이 신청한 증거 조사와 증인 채택 결정이 이뤄졌다.
전씨는 청각보조장치(헤드셋)를 착용하고 질문을 받았으나 상당 부분을 알아듣지 못해 부인 이씨가 옆에서 불러주는 대로 답변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름은 "전두환"이라고 명확하게 말했으나 출생연도만 스스로 답변하고 생년월일과 주소, 본적의 세부 내용은 이씨의 도움을 받아 대답했다. 직업을 묻자 "현재는 직업이 없다"고 말했다.
인정신문이 끝나자 이전 재판 때와 마찬가지로 피고인석에 앉아 꾸벅꾸벅 졸다가 재판 시작 25분 만에 건강 이상을 호소하며 경호원의 부축을 받아 퇴정했다.
부인 이씨는 재판 도중 경호원을 통해 재판부에 "(전씨가) 식사를 못 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 같다"고 전달했다.
재판부는 전씨에게 호흡 곤란 여부를 묻고는 퇴정 뒤 법정 밖에서 대기하며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오후 2시30분쯤 재판이 재개됐지만 다음 기일을 예고한 뒤 재판은 바로 종료됐다.
재판부는 전씨의 변호인이 신청한 현장검증 조사는 하지 않고 증인만 일부 채택하겠다고 했다.
정웅 당시 제31사단장 등에 관한 증인신청은 기각됐다. 다만 당시 광주로 출동했던 506항공대 조종사 가운데 1심에서 불출석한 증인 4명에 관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회고록 편집·출판에 관여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에 관한 증인 신청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채택된 증인들이 출석하는 대로 다음 기일부터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전씨의 다음 기일은 오는 30일 오후 2시로 예정됐다.
5·18기념재단과 오월 3단체(유족회·부장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씨는 성실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재판부도 더는 전두환의 방어권을 과도하게 보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5·18 관련자 등이 전씨의 출석에 차분하게 대응하기로 하면서 이날 법원 주변에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성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