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사장은 다른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는 상황에서 저축성보험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해 수익을 끌어올리고 있다.
▲ 권중원 흥국화재 대표이사 사장.
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권중원 사장이 올해에는 흥국화재의 실적 감소를 막고 반등에 성공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흥국화재는 순이익이 2017년 853억 원에 이르렀으나 2018년 504억 원, 2019년 384억 원, 2020년 227억 원으로 해마다 줄고 있다.
하지만 올해는 이러한 흐름이 바뀌고 있다.
흥국화재는 1분기 순이익 148억5500만 원을 거뒀다. 한 분기의 순이익이 지난해 연간 순이익의 65%에 이를 정도로 수익이 크게 늘었다.
권 사장은 2017년 대표에 오른 이후 4년 동안 1분기 실적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면서 실적 개선의 기대감을 높일 수 있게 됐다.
권 사장은 방카슈랑스 등 판매채널을 다각화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흥국화재가 1분기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거둔 원수보험료는 960억1500만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5% 증가했다.
전체 원수보험료 가운데 방카슈랑스 채널 비중은 4.16%에서 11.17%로 늘었다. 반면 설계사와 법인보험대리점(GA) 채널의 비중은 87%에서 80%로 낮아졌다.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주로 팔리는 상품은 저축성보험이다.
저축성보험은 가입할 때 보험료를 한 번에 납입하는 형태가 많아 보험사의 주요 수익원으로 꼽혔다.
하지만 2023년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주요 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이고 보장성보험 판매를 늘리고 있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이 시행되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되고 현재 매출로 잡히는 저축성보험이 부채로 잡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의 1분기 방카슈랑스 채널 원수보험료는 602억600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29.9% 줄었다.
같은 기간 현대해상(987억9천만 원→857억1100만 원), DB손해보험(1024억4400만 원→835억2800만 원), KB손해보험(1055억7500만 원→886억300만 원) 등도 방카슈랑스 판매 비중을 줄였다.
권 사장이 대형보험사들과 달리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늘린 것은 실적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대형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에 집중하는 사이 저축성보험이라는 틈새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저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은행권 저축상품의 대안으로 보험사의 저축성보험이 떠오르고 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저축성보험의 공시기준이율(공시이율의 대푯값)과 정기예금 이자율의 차이는 지난해 1∼5월에 0.8∼0.9%포인트 수준이었으나 10월에 1.0%포인트로 커졌고 올해 3월에는 1.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저축성보험 공시기준이율은 2.1%이고 정기예금이자율은 0.9% 수준이다.
공시이율은 은행의 예금금리처럼 고객에게 지급되는 이자로 시중금리와 연동해 적용되는 일종의 보험 예정금리다.
다만 권 사장은 저축성보험 판매가 늘어나는 만큼 향후 재무건전성 관리에 부담을 안을 것으로 보인다.
권 사장은 2017년 3월 흥국화재 대표에 올라 2019년과 올해 두 차례 연임에 성공했다.
권 사장이 두 번 연임한 것은 흥국화재가 2006년 태광그룹 계열사로 편입된 뒤 처음이다. 흥국화재는 권 사장이 대표에 오르기 이전에 최고경영자가 10번이나 바뀌며 ‘CEO들의 무덤’이라고까지 불린바 있다.
권 사장은 흥국화재 대표에 오르기 이전 LG화재(현 KB손해보험)에서만 26년 동안 경력을 쌓은 보험 전문가다. 재무, 보험상품기획, 보상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