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는 극자외선(EUV) 공정을 도입한 10나노미터급 4세대(1a) D램의 양산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며 시장 점유율 수성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 이석희 SK하이닉스 각자대표이사 사장.
13일 반도체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 초기에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데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수율은 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을 말한다.
SK하이닉스는 7월부터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을 시작했는데 여기에 파운드리(비메모리반도체 위탁생산) 초미세공정에 주로 쓰이던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했다.
D램은 세대가 높아질수록 회로 선폭이 미세해지고 성능도 개선된다. 극자외선 공정은 기존 공정과 비교해 미세한 회로 선폭을 구현하는 데 유리하다.
메모리반도체 생산에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한 것은 삼성전자가 최초다. 삼성전자는 2019년 10나노급 3세대(1z) D램 양산부터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에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한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도 10나노급 3세대 D램의 양산 초기에 수율 안정화에 상당히 애를 먹었다”며 “SK하이닉스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D램 생산 과정에서 극자외선 공정이 낯설지 않다는 점을 들어 자신있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10나노급 2세대(1y) D램의 양산에서 일부 생산단계에 극자외선 공정을 활용해 본 경험이 있다”며 “4세대 D램도 어느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는 수율을 끌어올린 상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 수율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양산을 시작한 10나노급 4세대 제품은 LPDDR4 규격의 모바일 D램이다. LPDDR4 규격의 모바일 D램 제품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글로벌 D램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기존보다 더욱 미세한 공정을 이용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의 성능을 끌어올린 셈이다. 이에 반도체업계는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4세대 D램 수율 끌어올리기가 시급하다고 바라본다.
글로벌 D램시장에서 미국 마이크론이 SK하이닉스와 격차를 좁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TrendForce)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글로벌 D램시장에서 2위 SK하이닉스는 점유율이 29%로, 3위 마이크론은 점유율이 23.1%로 각각 집계됐다.
직전 분기인 2020년 4분기에는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이 29.5%, 마이크론의 점유율이 23%였다. 1분기 사이에 점유율 격차가 6.5%포인트에서 5.9%포인트로 다소 좁혀졌다.
마이크론은 점유율뿐만 아니라 기술력에서도 SK하이닉스를 위협하고 있다.
이에 앞서 1월 마이크론은 대만 공장에서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극자외선 공정을 도입하지 않고 기존 불화아르곤(ArF) 공정을 활용해 10나노급 4세대 D램이 요구하는 미세한 회로 선폭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애초 10나노급 4세대 D램은 극자외선 공정 없이 생산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에 글로벌 반도체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발표에 회의적 시선을 보냈다.
▲ SK하이닉스의 10나노급 4세대 D램. < SK하이닉스 >
그런데 반도체 기술분석기관 테크인사이트(TechInsights)가 마이크론의 제품 실물을 분석한 결과 회로 선폭이 14나노미터였다. 실제 세계 최초의 10나노급 4세대 D램이었다는 뜻이다.
게다가 마이크론도 극자외선 공정 도입에 나서 회로 선폭을 더 좁힌 D램의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6월 진행한 미국 회계연도 기준 2021년 3분기(2021년 3~5월) 실적발표회에서 극자외선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2021년 자본지출 집행계획(CAPEX)을 기존 90억 달러에서 95억 달러로 높였다고 발표했다.
올해 안에 장비를 확보한 뒤 D램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공정의 개발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극자외선 공정으로 10나노급 4세대 D램 생산성을 더욱 높이겠다는 것이다.
마이크론은 극자외선 공정 없이도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에 성공했다. 공정 개발을 마친 뒤에는 더 진화한 D램을 통해 SK하이닉스를 향한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자 할 공산이 크다.
다만 SK하이닉스에게도 마이크론의 추격을 떨쳐낼 시간이 주어질 것으로 파악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전례를 고려할 때 마이크론도 D램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 공정을 개발하는 데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SK하이닉스도 10나노급 4세대 D램의 양산 수율을 높이고 제품 용도를 서버나 데이터센터 등 고성능 컴퓨팅(HPC) 영역으로 다변화하며 점유율 확대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