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상장을 예고하며 책정한 기업가치 18조 원을 놓고 고평가된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가 플랫폼사업을 확장해 미래 성장성을 보여주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 적정 기업가치를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전날 15조7천억 원에서 18조5천억 원으로 책정됐는데 증권업계에서는 당초 시장의 기대치보다는 지나치게 높지 않다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상장 주식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살펴보면 29일 기준 카카오뱅크 기업가치는 37조8926억 원에 이른다.

다만 기존 금융주와 비교해보면 여전히 고평가됐다는 논란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뱅크 공모가는 장외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게 형성됐다"며 "다만 상장 은행지주 대비로는 여전히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고 분석했다.

당장 카카오뱅크가 희망 공모가격인 3만3천 원에서 3만9천 원 사이에서 기업공개에 성공하면 시가총액기준으로 금융주 가운데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를 이어 3위에 오르게 된다.

금융지주들의 시가총액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 23조2400억 원, 신한금융지주 21조1500억 원, 하나금융지주 13조8800억 원, 우리금융지주 8조4500억 원, BNK금융지주 2조5100억 원, DGB금융지주 1조5714억 원, JB금융지주 1조4600억 원 등이다.

만약 공모흥행을 일컫는 '따상(공모가 대비 시초가 2배 후 상한가로 장마감)'을 보이면 KB금융지주 시가총액도 단숨에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지난해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지주는 3조4천억 원, 카카오뱅크 1100억 원 수준이다. 실적에 비춰보면 기업가치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윤 대표는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플랫폼사업 확장을 통해 설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에서 기업가치 평가를 평가할 때는 PBR(주가 순자산비율)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PBR은 주가가 순자산에 비해 1주당 몇배로 거래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지표다.

카카오뱅크도 이번 기업가치 평가에 PBR방식을 적용했다. 다만 비교군을 은행업권으로 선정하진 않았다.

카카오뱅크는 인터넷전문은행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교군 설정이 쉽지 않다. 금융지주들의 PBR을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추산하면 기업가치는 2조원 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가 공시한 자료를 살펴보면 기업가치 책정을 위한 비교군으로 로켓컴퍼니, 팍세그루디지털, TCS그룹, 노드넷 등 4곳을 꼽았다. 

4곳 모두 플랫폼 기반의 금융사라는 공통점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로켓컴퍼니는 2020년 8월 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미국의 소매여신 플랫폼이다. 2015년 비대면 주택담보대출 서비스인 로켓 모기지를 출시해 핀테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와 개인대출서비스 등 다양한 소매여신상품을 로켓 플랫폼 안에서 교차 판매해 효율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팍세그루디지털은 2006년 브라질에서 설립된 금융기술 회사로 디지털 뱅킹을 통한 선불결제 및 신용카드 발급 등의 플랫폼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TCS그룹은 러시아 디지털은행인 틴코프뱅크의 최대주주다. 틴코프뱅크는 플랫폼 기반의 소매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플랫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금융서비스 뿐만 아니라 항공 티켓, 호텔, 영화, 식당, 콘서트 등 여행과 여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노드넷은 마진대출, 주택담보대출, 개인대출, 개인연금저축 및 기타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디지털금융 플랫폼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플랫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모바일앱을 통해 개인이 쉽고 지속가능한 투자와 저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디지털플랫폼을 구축하기도 했다.

카카오뱅크 수익구조는 이자수익 74%, 플랫폼 수익 8% 등으로 아직 플랫폼사업 비중이 뱅킹사업에 비해 현저히 낮다. 

카카오뱅크 뱅킹사업은 2017년 말부터 2020년 말까지 연평균 60% 이상 급성장해왔다. 

이에 더해 금융당국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 등을 요구하며 당분간 뱅킹사업의 외형 성장이 쉽지 않은 만큼 플랫폼사업 확장에 거는 기대가 클 수 밖에 없다. 

윤 대표는 마이데이터 사업, 전자상거래, 콘텐츠 등 다양한 업종의 사업자 등과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플랫폼사업 기회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카카오뱅크는 1600만 명 고객을 기반으로 주식계좌 개설 대행 417만 좌, 연계대출 실행건수 22만3천 건, 제휴 신용카드 23만6천 개 등 플랫폼사업 역량을 입증해왔다.

이번 기업공개를 통해 모집한 자금 가운데 일부도 플랫폼사업을 확장하는 데 사용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국내외 핀테크 및 테크 기업들과 다각적 사업제휴, 공동투자 등을 통해 금융 플랫폼으로서 사업적, 기술적 역량 기반을 확고히 할 것"이라며 국내외 핀테크 기업 인수합병에 2천억 원가량을 투자하려는 계획도 세웠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28일 일반공모 증자 방식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공모가 희망 범위는 최저 3만3천 원에서 최고 3만9천 원으로 정해졌다. 공모 예정 금액은 2조1598억 원에서 2조5525억 원이다.

카카오뱅크는 7월26일부터 7월27일까지 일반 청약을 진행하고 8월5일 신주를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