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맥주 1위 일본 아사히맥주가 가격을 내렸다. 아사히의 수입유통을 담당했던 롯데그룹이 최근 단독으로 이른바 '신동빈 맥주'를 출시하면서 아사히와 결별하는 수순을 밟자, 아사히는 롯데맥주를 의식해 가격을 인하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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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아사히주류는 최근 업소용 아사히 슈퍼드라이 병맥주의 도매 출고가격을 종전 2450원에서 2170원으로 11.4% 인하했다고 주류업계 관계자가 5일 밝혔다.
롯데아사히주류 관계자는 "아사히맥주가 한국에서 고가정책을 취해 다른 맥주에 비해 가격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올해 들어 병맥주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돼 고심 끝에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현재 유통중인 수입맥주 브랜드는 200여 개가 넘는다. 10여 년 전만 해도 국내에 유통되는 수입맥주 종류는 20여 종에 불과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 아사히 등 몇 손가락에 꼽는 메이저 수입맥주에 대해 고객 충성도가 높았다"며 "하지만 최근 다양한 취향의 맥주를 즐기려는 추세로 절대 강자가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맥주의 품질이 향상되고 있는 점도 아사히의 고민거리다. 하이트진로는 국산맥주 품질의 세계화를 목표로 정상급 업체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지난달 신제품을 출시했다. 오비맥주도 프리미엄 맥주를 선보였다.
다른 하나의 이유는 롯데의 맥주사업 진출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충주에 맥주 생산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4월 첫 제품 ‘클라우드’를 출시했다. 롯데칠성음료는 “국산 1등 맥주와 수입 1등 맥주보다 맛있는 맥주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클라우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심혈을 기울여 맥주사업에 진출하고 내놓은 첫 맥주로 흔히 '신동빈 맥주'로 불린다.
그런데 롯데는 수입맥주 1위 아사히를 국내에 들여온 당사자다. 롯데칠성음료는 2000년 아사히맥주의 수입과 유통을 시작했다. 그러다 2004년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본격적으로 아사히맥주의 성장을 이끌었다.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분은 롯데칠성음료가 85%, 일본 아사히맥주가 15%를 보유하고 있었다.
롯데칠성음료는 2012년 맥주공장을 짓고 그 이듬해 롯데아사히주류의 지분 15%를 일본 아사히맥주에 넘겼다. 이전 지분이동까지 포함해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66%의 지분을, 일본 아사히맥주는 3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업계는 롯데가 숙원사업이었던 맥주사업을 단독으로 시작하며 아사히에서 손을 떼는 수순으로 파악하고 있다.
우창균 롯데주류 마케팅부문 이사는 클라우드를 출시하며 기자간담회를 열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맛 테스트를 한 결과 53%가 아사히맥주보다 클라우드를 선호했다”고 말했다. 아사히를 이기겠다는 목표를 돌려 말하지 않고 직접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롯데아사히주류가 아사히의 도매가격을 내린 것은 롯데의 클라우드를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사히 입장에서 이제 ‘남’이 된 롯데의 클라우드는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들이 아사히의 가격인하를 체감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대형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는 가정용 아사히맥주는 가격을 내리지 않았다.
아사히가 도매가만 인하한 데 대해 업계 관계자는 ”도매상에게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해 제품 점유율을 늘리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