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8인치 파운드리기업 경력자를 모집하고 있다. < SK하이닉스 채용 사이트 갈무리 > |
SK하이닉스가 8인치(200mm) 웨이퍼 기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시장을 살펴보기 위한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200mm 파운드리기업 키파운드리 인수를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되는데 키파운드리 이외에도 파운드리사업 확대에 기여할 수 있는 인수합병 대상을 모색하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17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200mm 파운드리기업 및 반도체 후공정(OSAT)기업에서 5년 이상 일한 경력자를 채용하기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채용 대상의 주 업무는 200mm 파운드리사업, 반도체 후공정과 관련한 시장 조사 및 공급사슬관리(SCM) 분석이다. 신규 사업기회를 발굴하고 사업성을 검토하는 일도 포함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0mm 파운드리사업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두고 있지만 SK하이닉스시스템IC 채용은 SK하이닉스와 따로 진행된다.
SK하이닉스의 이번 채용은 SK하이닉스 자체에서 추진할 200mm 파운드리사업을 위한 인력충원일 공산이 크다.
신규 채용되는 200mm 파운드리 전문가는 키파운드리보다는 다른 기업에 관한 인수기회를 탐색하는 데 투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에 있어 키파운드리가 새로운 인력을 고용하면서까지 시장 조사에 나설 정도로 낯선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키파운드리는 국내 반도체기업 매그나칩반도체에서 파운드리부문이 분사된 기업으로 지난해 9월 출범했다. 매그나칩반도체는 경영난을 겪던 하이닉스반도체(현재 SK하이닉스)의 비메모리반도체부문이 2004년 독립해 세워졌다.
SK하이닉스는 사모펀드를 통해 키파운드리에 투자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지분 49.8%를 확보했고 최근에는 지분 전체를 사들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헤어진 형제의 재결합이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뿐 아니라 다른 200mm 파운드리기업의 인수합병을 모색해야 한다는 시선도 힘을 얻고 있다.
SK하이닉스시스템IC와 키파운드리가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의 종류가 비슷해 인수합병에 따른 상승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0mm 파운드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 생산능력 증가보다는 설계자산과 공정 기술력 확보에 초점을 맞춘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며 “키파운드리와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제품 포트폴리오 및 기술 수준이 유사한 것으로 파악돼 중장기 관점에서는 인수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지분을 추가로 인수하는 데 필요한 자금은 3천억~4천억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한 해에 설비투자로만 10조 원 이상을 집행하는 SK하이닉스에는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또 SK하이닉스의 모회사 SK텔레콤은 올해 안에 투자법인 SK텔레콤신설투자(가칭)를 출범해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 자회사들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면서 다른 파운드리기업도 찾을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파운드리사업 확대를 위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나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가 키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는 까닭은 파운드리 확대전략을 추진하는 데 기존 기업의 인수합병이 가장 빠른 방법이어서다.
SK하이닉스는 메모리반도체가 주력이지만 최근 파운드리 등 시스템반도체부문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SK하이닉스 파운드리사업은 200mm 웨이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200mm 웨이퍼는 12인치(300mm) 웨이퍼보다 반도체 생산비용이 저렴해 다품종 소량생산을 필요로 하는 시스템반도체기업들의 선호도가 높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 시스템반도체 공급부족 현상이 발생하면서 200mm 파운드리기업에 반도체 주문이 대거 몰리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세계 파운드리산업은 반도체 대량생산에 유리한 300mm 웨이퍼 중심으로 전환된 지 오래다. 반도체장비기업들은 200mm 웨이퍼를 다루는 장비를 거의 생산하지 않고 있다.
결국 200mm 파운드리기업이 생산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고 장비를 확보하거나 기존 설비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이 방법으로는 SK하이닉스가 원하는 만큼 대규모의 성장이 어렵다.
앞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5월 정부의 ‘K-반도체벨트 전략 보고대회’에 참석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현재 대비 2배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놓으면서 국내 설비의 증설과 함께 인수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의 반도체 생산능력은 200mm 웨이퍼 기준 월 10만 장으로 추산된다. 키파운드리의 월 9만 장을 더하면 단기간에 수치상으로 ‘파운드리 2배’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재윤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200mm 파운드리 단가가 올라가고 있어 단기적 관점에서는 단순 생산능력 증가가 긍정적일 것이다”며 “하지만 (SK하이닉스의 키파운드리 인수는) ‘국내 200mm 파운드리 경쟁력 강화’와는 다소 거리감 있는 의사결정이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