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매각 본입찰에 네이버나 카카오가 유통업계 대기업의 컨소시엄 파트너로서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상당한 자금력을 보유한 데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4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는 7일 이베이코리아 지분 100%의 매각 본입찰을 진행한다.
예비입찰에는 신세계그룹, 롯데그룹, SK텔레콤, MBK파트너스가 참여했는데 이 가운데 일부가 네이버 또는 카카오에 컨소시엄 파트너를 맡아줄 것을 제안했다는 말이 나돈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컨소시엄을 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카카오에 컨소시엄 구성을 제의했다는 말도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통업계 대기업들과 손잡을 가능성이 나오는 배경에는 이베이코리아의 예상 매각가격이 최대 5조 원대에 이르는 상황이 깔려있다.
이베이코리아는 보기 드문 전자상거래업계의 대형매물이다. 그러나 오픈마켓 중심의 사업자인 만큼 기업가치가 정말 5조 원대에 이르는지 의문이라는 시선도 적지 않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의 중개수수료에 집중하는 수익구조를 갖췄다. 쿠팡처럼 자체 물류시스템을 갖추고 물건을 직접 사서 파는 방식과 비교하면 매출 증가 잠재력이 비교적 낮다.
이런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나 롯데그룹이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IT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한다면 인수가격 부담을 나누면서 ‘승자의 저주’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신세계그룹 이마트와 신세계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살펴보면 전체 1조5천억 원가량에 머무른다.
반면 네이버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2조6692억 원 쥐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네이버와 손을 잡는다면 자금부담을 한결 덜어낼 수 있다.
롯데그룹 롯데쇼핑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8615억 원을 확보해 비교적 여유가 있지만 이베이코리아를 5조 원에 단독 인수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 2조8331억 원을 보유했다. 롯데그룹과 카카오가 동맹을 맺는다면 역시 자금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네이버나 카카오도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손을 얹는다면 기존 전자상거래사업의 몸집을 크게 키우면서 시장의 주도권을 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2020년 기준으로 네이버 네이버쇼핑 거래액은 27조 원,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쇼핑플랫폼 SSG닷컴 거래액은 3조9천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의 연간 거래액 20조 원을 합치면 단순 합산 거래액 50조9천억 원 규모의 공룡 전자상거래 사업자가 탄생하게 된다.
역시 2020년 기준으로 카카오 카카오커머스 거래액은 4조 원대, 롯데그룹의 온라인 쇼핑플랫폼 롯데온 거래액은 7조6천억 원 규모로 추산됐다.
롯데그룹과 카카오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다면 단순 합산 거래액 31조6천억 원대로 현재 1위인 네이버를 제치고 선두를 차지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네이버와 카카오가 유통업계 대기업의 파트너로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불확실하다는 시선도 나온다.
네이버쇼핑은 자체 물류시스템의 부재가 약점으로 꼽혀왔는데 마찬가지로 물류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나서기에는 매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거래액은 적지만 수익성이 높고 카카오톡을 전면 활용할 수 있는 관계형 커머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대기업은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IT기업과 손을 잡으면 얻을 것이 많지만 IT기업은 이득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며 “실제 동맹이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