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ENM과 IPTV사업자들이 콘텐츠 사용료를 놓고 부딪치는 근본원인으로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꼽히고 있다.
국회가 문제 해결을 논의하고 있지만 여러 이익주체들이 얽혀 있는 만큼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1일 CJENM은 콘텐츠를 만드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가 IPTV를 비롯한 유료방송사업자에 콘텐츠를 먼저 제공한 다음 사용료 등을 계약하는 선공급 후계약 관행의 개선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선공급 후계약으로는 콘텐츠 제작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하기 힘들어 그만큼 간접광고(PPL) 등에 의존하면서 콘텐츠 질도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선계약 후공급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유료방송사업자는 대체로 콘텐츠를 제공한 그해 말부터 다음해 초까지 콘텐츠 사용료 등의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종합편성방송이 2013년 출범했을 때 유료방송사업자와 협상이 늦어지면서 그해 말에야 계약이 체결된 이후 선공급 후계약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CJENM은 현재 관행 아래서는 콘텐츠 계약을 협상할 때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보다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콘텐츠가 이미 공급된 만큼 가격협상 과정에서 제값을 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콘텐츠 수익을 미리 예상하기 힘들어 투자계획 수립도 쉽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한다.
강호성 CJENM 대표이사는 5월31일 기자간담회에서 “선계약 후공급이 이뤄져 콘텐츠 사업자가 예측 가능성을 토대로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CJENM은 현재 상황에선 대규모 콘텐츠 제작비의 상당부분을 광고 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로 꼽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20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2019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의 59.3%를 광고와 협찬을 통해 거뒀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유료방송사업자에 콘텐츠를 공급한 뒤 받은 사용료는 전체 매출의 24.6%에 머물렀다.
콘텐츠 제작비에서 광고·협찬 비중이 높을수록 무리한 간접광고 때문에 콘텐츠의 전체 완성도나 이용자 몰입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생긴다.
최근 CJENM 드라마 ‘빈센조’에서 중국 상표의 비빔밥이 간접광고로 노출되면서 사회적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현재 국회에는
선계약 후공급 내용이
담긴 방송법 일부개정안 2건이 발의돼 있다. 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했다.
다만 4월 말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관련 논의가 처음 진행된 이후 후속 논의가 계속 미뤄지고 있다.
선계약 후공급으로 제도를 바꾸면 유료방송사업자가 대형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콘텐츠 사용 계약을 우선하면서 중소사업자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기 때문이다.
한국중소방송채널협회도 5월24일 성명을 통해 “선계약 후공급이 되면 대형 방송채널사용사업자보다 협상에서 뒷자리에 있는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는 사용료 수익 감소는 물론 생존까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7월 안에 유료방송의 콘텐츠 사용료와 관련된 규제를 개편하기 위한 공청회를 열기로 했는데 여기서 선공급 후계약 문제가 함께 논의될 가능성도 있다.
CJENM은 현재 SK브로드밴드, KT, LG유플러스 등 IPTV 사업자들과 콘텐츠 사용료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용료를 25% 올리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IPTV 사업자들은 CJENM에서 비상식적 수준의 인상을 시도한다면서 반발하고 있다. CJENM은 IPTV 사업자들이 콘텐츠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판단하고 있다면서 맞서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