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이 무너졌다.
코스닥에 4년6개월 만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코스닥은 코스피에 비해 그동안 선방했는데 한 번 무너진 만큼 앞으로 하락에 제동이 걸리기가 더욱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닥 지수는 12일 전날보다 39.24포인트(6.06%) 급락한 608.45로 장을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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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닥 지수가 12일 전날보다 39.24포인트(6.06%) 떨어진 608.45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이날 한때 8% 이상 급락해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뉴시스> |
코스닥 지수는 장중 한때 8% 넘게 떨어져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는 주식시장 지수가 일정 범위 이상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주식거래를 잠시 정지하는 제도다.
코스닥에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것은 4년6개월 만에 처음이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닥에서 769억 원, 기관투자자는 442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가 1150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기업들의 주가는 모두 떨어졌다.
대장주인 셀트리온 주가는 1만3200원(11.66%) 하락한 10만 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카카오(-7.85%), 메디톡스(-12.75%), 바이로메드(-11.29%), 로엔엔터테인먼트(-4.07%), 코미팜(-10.46%), 이오테크닉스(-4.42%) 등의 주가도 4% 이상 떨어졌다.
코스피 지수도 이날 26.26포인트(1.41%) 떨어진 1835.28로 거래를 끝냈다. 코스피 지수는 이날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장중 한때 1817.97까지 밀리기도 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에서 2982억 원 규모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도 1936억 원 규모의 순매도를 보였다. 기관투자자만 4324억 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를 끌어내린 1차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이 꼽힌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의 3월 인도분 가격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6.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2003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위험자산인 주식을 팔고 금과 채권 등 안전자산을 사려는 투자심리가 전 세계적으로 강화된 것도 악영향을 줬다. 11일과 12일 동안 국내 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73조 원에 이른다.
코스닥 지수는 2월5일까지 선방했다. 코스닥은 올해 2월5일까지 수익률 –0.15%를 기록했다. 당시 코스닥 수익률은 57개 국가의 주요 증시를 종합한 평균 수익률 -6.34%를 훨씬 웃돌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 세계적으로 금이나 채권 등 안전자산을 주식보다 선호하는 심리가 강화되면서 글로벌 증시 전반에서 중소형주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코스닥은 이전에 안정적 상태를 유지했기 때문에 매도세가 더욱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증시는 당분간 하락세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데다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도 악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증시가 약세장에 들어갔는데 한국도 파고를 피해갈 수 없다”며 “기존에는 코스피 지수 1850선이 저점이었지만 글로벌 증시가 약세로 접어들었다면 코스피의 저점이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으로 시장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코스닥 지수는 코스피 지수보다 하락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닥이 연초까지 안정적이었던 만큼 급락장에서 차익을 노리는 매도세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이 앞으로 안정을 찾아 반등한다 해도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며 “코스닥이 다시 강세를 보이기에는 현재 상장종목들의 주가나 가치 수준이 부담스럽다”고 진단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매크로팀장도 “코스닥 지수가 급락한 것은 연초 이후 코스피보다 잘 버텼던 것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수급과 투자심리의 영향을 감안하면 코스닥 지수가 코스피 지수보다 더욱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