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프로젝트G’ 문건을 만든 전 삼성증권 직원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재판에서 문건 작성 배경과 내용 등을 놓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증언했다.
프로젝트G는 2012년 작성된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그룹 경영승계 시나리오 보고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20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의 3차 공판을 열고 삼성증권 전 직원 한모씨의 2번째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한씨는 삼성증권 근무 당시 프로젝트G 문건을 작성한 경위나 문건의 취지와 관련해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다” 또는 “문건에 나온 내용을 보니 그런 것 같다”고 대답했다.
한씨는 삼성증권에 근무할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과 함께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오너들의 그룹 지배력 약화 가능성을 검토했다.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G 보고서의 작성에도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한씨가 2014년 7월 작성한 ‘그룹 지배구조 이슈’ 문건을 보여주며 “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이 2014년 5월 쓰러진 것을 고려해 2012년 작성했던 프로젝트G를 업데이트한 것이 맞느냐”고 한씨에 물었다.
한씨는 “정확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한다”며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던 것 같다”고 대답했다.
검찰이 ‘요청에 따라 문건을 작성했다고 했는데 요청은 미래전략실이 했다는 뜻인가’라고 재차 묻자 한씨는 “정확히 기억하기 어렵지만 검토할 때는 미래전략실과 대응했다”고 답변했다.
검찰은 “본인이 했던 업무이고 경험한 일인데 증인은 기억할 수 있는 부분까지도 잘 모른다는 취지로 말하고 있다”며 “잘 기억해서 답변하라”고 추궁했다.
한씨는 “최대한 정확히 말씀드리려 노력하고 있으나 오래 전 일인데다 이런 검토가 너무 많았다”며 “양해해 달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한씨는 6일 열렸던 이 부회장의 2차 공판에도 증인으로 출석해 “프로젝트G는 대주주의 그룹 지분율을 높이려는 차원이 아니라 전반적 지배구조를 개선해 회사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준비하려는 뜻이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2012년 처음 작성된 프로젝트G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을 추진하다
이건희 전 회장이 쓰러져 상황이 급변하자 계획을 수정해 제일모직의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을 추진했다고 보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 측은 제일모직 상장과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등은 모두 경영상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을 뿐 승계와는 관련이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