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박 회장이 두산그룹의 체질을 중공업 중심에서 수소산업 중심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투자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두산밥캣 같은 알짜사업을 매각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시선이 나온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이 지게차사업부인 산업차량BG를 3월 두산밥캣에 7500억 원을 받고 넘긴 배경에는 향후 두산밥캣을 매각할 가능성도 염두에 놓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산인프라코어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를 매각한 뒤 두산밥캣은 두산그룹의 중요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꼽힌다. 두산밥캣은 2020년 연결기준 매출 4조2821억 원, 영업이익 3939억 원을 냈다.
두산밥캣의 시가총액은 약 4조2천억 원 가량으로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지분이 51% 가랑인 점을 고려하면 2조~3조 원의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밥캣의 매각 가능성이 시장에서 꾸준히 거론되는 이유로 박 회장이 집중하려는 수소사업에 상당한 자금이 필요한 점이 꼽힌다.
국내 대기업들이 수소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규모를 살펴봐도 조 단위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
SK와 SKE&S는 올해 1월 글로벌 수소기업인 미국 플러그파워 지분 9.9%를 확보하기 위해 약 1조6천억 원을 공동투자했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한화솔루션도 올해부터 5년간 2조8천억 원을 투자해 태양광과 그린수소사업을 키울 준비를 하고 있다.
박 회장은 그동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 큰 고비를 넘어왔는데 아직까지 두산그룹이 완전히 본궤도에 오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그룹의 자구노력은 여전히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바라봤다. 최재호 나이스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그룹이 2020년 진행한 구조조정 효과를 보지 못하고 현금 창출력에서도 개선을 이루지 못하면 신용도 개선이 지연될 수 있다”며 “특히 지주회사 격인 두산은 계열사에 추가적으로 지원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두산그룹 상황에서 수소사업 투자 재원 마련을 위한 계열사 매각 등을 놓고 박 회장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두산밥캣이 두산그룹의 현재 수익 창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수소사업 투자자금 마련을 위해 다른 사업을 매각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와 보도자료를 통해 수소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 공격적 인수합병(M&A)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에 재원마련과 관련해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숙고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올해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중국 성장세 둔화로 불확실성의 시대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특히 수소사업은 초기 표준경쟁 단계에서부터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수소사업이 활성화돼 궤도에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만큼 캐시카우인 회사나 사업부를 매각하지 않고 유지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현재 수소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비롯한 리서치를 전문기관과 논의하고 있는 단계로 이르면 올해 중순쯤 재원 마련이나 주력할 사업분야와 관련된 구체적 계획을 발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