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엔지니어링은 2014년 정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지금의 지분구조를 완성했다.
현대엠코는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품기 전 자동차공장의 신축과 증축 등 그룹사의 건설사업을 하기 위해 2002년 현대글로비스 아래 만든 계열사다.
정 회장은 2004년 현대글로비스로부터 현대엠코 지분 25.06%를 260억6천만 원에 매입하며 현대엠코 최대주주에 올랐다.
정 회장은 이후 2005년 주주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113억3천만 원 가량을 투입한 뒤 더 이상 현대엠코에 자금을 넣지 않았다.
2014년 현대엠코가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할 때도 추가 자금 투입은 없었다.
정 회장은 현대엠코 지분 501만2621주(25.06%)를 들고 있었는데 당시 합병비율 1대0.1776에 따라 현대엠코 1주당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0.1776주를 받아 현재 지분 89만327주(11.72%)를 확보했다.
시장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 현재 장외시장 주가 등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가 10조 원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데 이때 정 회장의 지분 가치는 1조2천억 원에 육박한다.
2004년 현대엠코에 투자한 지 18년 만에 33배의 투자이익을 얻는 셈인데 그동안 받은 배당을 더하면 수익률은 더욱 올라간다.
현대엠코는 합병 전 현대차그룹을부터 일감을 받아 성장했는데 매년 현금과 주식으로 400억~500억 원을 배당해 고배당 논란이 일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역시 2014년 현대엠코와 합병 이후 배당을 크게 늘렸다.
현대엔지니어링은 2013년 배당을 하지 않았으나 2014년 이후 매년 870억 원의 연말배당을 실시했고 2019년부터는 배당규모를 1087억 원으로 키웠다.
정 회장이 합병 이후 7년 동안 현대엔지니어링에서 받은 배당금을 합치면 세전 765억 원 수준이다. 절반을 세금으로 냈다고 해도 현대엠코 초기 투자금 374억 원보다 많다.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추진하며 구주매출로 주식 일부를 처분해 지배구조 개편 등 승계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현대건설(38.62%)이 최대주주로 2대주주인 정 회장 외에 현대글로비스(11.67%), 기아(9.35%), 현대모비스(9.35%) 등도 지분을 들고 있어 정 회장이 지분을 전부 매각해도 지배력에 문제될 것이 없다.
정 회장은 이번에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구주매출로 털어낼 것으로 보인다.
▲ 김창학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사장.
현대차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노션, 현대오토에버 등 정 회장이 지분을 다수 보유한 계열사를 집중 상장하고 있는데 정 회장은 이때마다 보유지분의 절반 이상을 구주매출로 매각해 현금을 확보했다.
2019년 현대오토에버 상장 때는 보유지분의 절반인 9.57%(201만 주)를 내놔 970억 원을 손에 쥐었고 2015년 이노션 상장 때는 보유 지분 10%(180만 주) 가운데 8%(140만 주)를 처분해 현금 952억 원을 손에 넣었다.
이노션 상장 1년 전인 2014년에는 보유하고 있던 이노션 지분 40% 가운데 30%를 사모펀드에 3천억 원에 매각해 지분율을 10%로 낮추기도 했다.
다만 정 회장이 상장 과정에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모두 매각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 회장이 구주매출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을 모두 털어낸다면 총수일가가 회사의 성장성을 낮게 보는 것으로 시장에 인식돼 상장 흥행에 부정적 영향을 줄뿐더러 상장 이후에도 주가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현대엔지니어링을 향한 상장 기대감이 너무 크다는 시선도 나온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엔지니어링이 어떤 전략을 들고 기업공개를 진행할지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현재 대형건설사들의 주가가 저평가 돼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총액이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는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