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쿠팡이 최대 55조 원의 기업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새 주인을 찾고 있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도 더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옥션과 G마켓, 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를 매각주간사로 선정하고 최근 투자설명서(IM)를 인수후보들에 배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후보로는 대형 사모펀드(PEF)와 카카오, 롯데그룹, 신세계그룹 등이 거명된다.
이 가운데서도 카카오가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고 있다.
전통적 유통업의 강자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은 모두 온라인사업 강화를 노리고 있어 이베이코리아는 분명 매력적 매물이다. 하지만 두 그룹 모두 5조 원에 이르는 이베이코리아의 비싼 가격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0년 3분기 기준으로 1조7654억 원에 불과하다. 이마트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도 1조 원에 못 미친다.
그러나 카카오의 현금성 자산은 2조1천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최근 급등하고 있는 기업가치를 바탕으로 손쉽게 인수자금을 끌어올 수 있다.
카카오는 지난해 10월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서 3억 달러(약 3395억 원) 규모의 외화 해외교환사채를 발행해 인수합병을 위한 대규모 자금을 조달했다. 교환가액은 당시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카카오 주가의 종가(35만3500원)의 127.5%인 1주당 45만713원으로 결정됐다.
그 뒤 카카오의 주가는 2월16일 기준 51만4천 원까지 올랐다. 이는 향후 비슷한 방식으로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또 인수합병 과정에서 신주를 발행해 일부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카카오는 2019년 SK텔레콤과 지분을 맞교환하기 위해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217만7401주(지분율 2.5%)를 발행했다. 카카오는 그 대가로 SK텔레콤이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126만6620주(1.6%)를 받았다.
현재 카카오의 이커머스사업은 규모 측면에서 쿠팡, 네이버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성장성 측면에서는 오히려 더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카카오의 이커머스사업을 담당하는 카카오커머스는 2020년 거래액이 2019년보다 64% 증가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카카오톡의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하는 빈도가 급격히 늘었고 카카오가 새로 선보인 공동구매서비스 ‘톡딜’도 큰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톡딜처럼 새로운 쇼핑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기존 이커머스업체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배재현 카카오 수석부사장은 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가 이커머스시장의 후발주자이지만 국내 유통시장에서 온라인의 비중은 아직 50% 이하로 남아 있는 시장규모가 상당하다”며 “온라인 커머스에서도 하이엔드상품 등 이용자 관여도가 높은 영역을 중심으로 카카오커머스가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베이코리아는 이커머스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카카오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국내 이커머스시장은 2020년 거래액 기준 161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네이버와 쿠팡이 각각 17%와 13%의 점유율을 차지했고 그 뒤를 12%의 이베이코리아가 차지했다. 카카오는 2%의 점유율을 보였는데 이베이코리아를 합치면 점유율 14%로 쿠팡을 넘어서게 된다.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활성이용자 수(MAU)는 2020년 4분기 기준 4598만 명으로 이들을 이베이코리아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시너지는 더 극대화될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의 G마켓은 이미 카카오톡을 통한 간편한 회원가입 서비스 ‘카카오싱크’를 도입해 고객 확대효과를 보고 있기도 하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이사는 9일 콘퍼런스콜에서 “이커머스 영역에서 성장을 만드는 핵심 요인이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첫 번째는 '얼마나 많은 활성 이용자 수를 플랫폼이 보유하고 있는가'인데 카카오는 이미 메이저 커머스 플랫폼을 넘는 이용자 저변을 갖고 있다”며 “올해에는 카카오톡 중심의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경쟁력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여 대표가 2009년 잠시 이베이코리아의 옥션에 몸을 담은 적도 있는 만큼 이베이코리아의 강점도 더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설과 관련해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