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1분기에 출시할 전기차 ‘아이오닉5’의 가격을 어떻게 매길까?
환경부가 올해부터 전기차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지급한다는 점, 아이오닉5가 앞으로 출시될 현대기아차 전기차 가격의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 가격정책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현대차가 선보일 전기차 (왼쪽부터) 아이오닉6, 아이오닉7, 아이오닉5 랜더링 이미지. |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이 전용 플랫폼 E-GMP를 활용해 처음으로 내놓는 준중형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 차량) 전기차인 아이오닉5는 기본차량 출고가격이 5천만 원대에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환경부는 최근 6천만 원 미만의 차량에만 전기차 보조금 전액을 주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2021년 전기자동차 보급사업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을 행정예고했다.
새로 마련된 전기차 보조금정책은 기본차량 출고가격이 6천만 원에서 9천만 원 사이면 국고 보조금을 50%밖에 받을 수 없고 9천만 원이 넘어가면 보조금을 하나도 받지 못한다.
환경부가 보조금 상한제를 시행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올해 전기차 1대당 받을 수 있는 최대 국고 보조금은 700만 원인데 여기에 국고 보조금의 절반 수준인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더하면 지원금 규모는 1천만 원이 넘는다.
규모가 적지 않은 만큼 현대차 등 전기차 판매업체는 정부의 보조금정책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는 지난해 내연기관 플랫폼을 사용하는 소형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전기차 코나EV를 국내에서 4천만 원대에 출시했다.
아이오닉5는 코나EV와 비교해 차체도 클 뿐더러 전용 플랫폼을 활용해 상품성이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대차가 기존 전기차의 가격과 환경부의 정책 변화 등을 고려해 아이오닉5의 기본 가격을 5천만 원대로 책정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기본 출고차량에 첨단사양을 얼마나 넣어줄지도 관심사다.
환경부의 보조금 정책은 옵션(선택사항)을 제외한 기본차량 출고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현대차가 가격정책을 어떻게 짜느냐에 따라 아이오닉5의 기본 가격이 5천만 원대라 하더라도 실제 구매가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현대차는 기존부터 첨단사양을 옵션으로 넣는 가격 정책을 쓰고 있고 고급 브랜드 제네시스는 이를 극대화해 모든 옵션을 소비자가 선택하는 ‘유어 제네시스’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고 있다.
전용 플랫폼을 활용한 전기차는 넓은 실내공간에 따라 인테리어 디자인이 더욱 중요해지고 첨단기술이 모두 들어가는 만큼 선택사항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크게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아이오닉5에는 양방향 충전시스템, 기존 사이드미러를 대체하는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빌트인 전동 킥보드 등이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기본차량에 포함하느냐, 옵션으로 돌리느냐에 따라 기본차량 출고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현대차 글로벌 유튜브채널 '현대월드와이드' 영상화면 캡쳐. |
시장에서는 아이오닉5의 기본 출고가격은 5천만 원대지만 쓸 만한 옵션을 더하면 보조금을 제외한 실제 구입가격은 6천만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바라본다.
현대차는 아이오닉5의 가격을 결정하는 데 앞으로 출시할 아이오닉6와 아이오닉7는 물론 제네시스와 기아차의 전기차 가격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
2022년 나오는 아이오닉6는 중형세단, 2024년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7은 대형SUV로 준중형CUV인 아이오닉5보다 비쌀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는 올해 제네시스의 첫 전기차 JW(프로젝트명)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보조금 상한제가 도입되고 차량 1대당 지급되는 전기차 보조금이 매년 줄어드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아이오닉5의 가격을 너무 높게 책정하면 향후 출시될 아이오닉 시리즈와 제네시스 전기차 가격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경쟁업체의 차량 가격도 아이오닉5의 가격 결정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테슬라 '모델Y'를 비롯해 올해 국내에서는 10종이 훌쩍 넘는 전기차가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가 기술발전에 힘입어 전기차 가격을 지속해서 낮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신형 전기차에는 새로운 기술이 계속 들어갈 가능성이 큰 만큼 가격이 낮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4일 신년사에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를 통해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수요를 반영한 매력적 친환경 이동수단을 더욱 합리적 가격으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판매가격은 모든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시 가장 마지막 단계에 결정된다”며 “아이오닉5 가격과 관련해 출시 이전에 확인해 줄 수 있는 사안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