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규식 LF 대표이사 부회장이 사업 다각화로 코로나19 위기를 넘어가고 있다.
오 부회장은 본업인 패션에서 부진한 브랜드는 과감히 철수하고 새로운 브랜드의 국내 판매권리를 확보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1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국내 패션기업들이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LF는 사업 다각화로 활로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F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기준 영업이익 445억 원을 내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이 35% 감소했다.
하지만 LF와 함께 패션기업 톱3로 분류되는 삼성물산 패션부문, 코오롱인더스트리의 패션부문인 코오롱FnC와 비교하면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LF가 경쟁사보다 코로나19에 타격을 덜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오 부회장의 사업 다각화 전략 덕분이다.
오 부회장은 2012년 3월부터 구본걸 회장과 함께 LF를 이끌고 있는데 패션을 넘어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다양한 사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했다.
그 결과 계열사는 2014년 당시 20개에서 올해 41개까지 늘었다. 특히 2018년에 인수한 코람코자산신탁은 최근 LF의 실적 방어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오 부회장은 앞으로도 사업 다각화를 위한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LF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813억 원으로 2019년 3분기보다 275억 원 증가했다.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은 470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30.1% 늘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 부회장은 재무 전문가로 LF가 여러 인수합병을 하면서도 재무 건전성이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며 “LF가 종합생활문화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향후에도 인수합병이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 부회장은 본업인 패션사업에서도 체질 개선을 꾀하고 있다.
그는 2019년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를 과감히 철수하는 결정을 내렸다. 대신 세계적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챔피온’의 국내 판권을 확보해 올해 봄부터 본격적으로 브랜드 전개에 나서고 있다.
오 부회장은 챔피온을 대형 브랜드로 키워 부진했던 패션부문에서 새 성장동력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챔피온의 매출 규모가 유의미한 수준으로 커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박현진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트릿 캐주얼 라인의 강화 목적으로 전개한 챔피언 브랜드도 메가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시간이 소요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슈 브랜드의 부재가 LF의 향후 실적 전망을 다소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바라봤다.
오 부회장은 비대면시대를 맞아 오프라인 매장을 바꾸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오 부회장은 LF의 전국 오프라인몰을 2021년까지 모두 오프라인 유통의 시너지효과를 극대화 한 O4O(온라인을 위한 오프라인)개념의 ‘LF몰 스토어’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LF몰 스토어는 LF몰의 온라인 전용 브랜드(PB)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착용해볼 수 있어 온라인 유통만으로는 고객에게 제공하지 못하는 ‘체험가치’를 보완해준다. 오 부회장은 이를 통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유통을 동시에 키운다는 전략을 세웠다.
LF는 이미 전국의 오프라인 매장 20곳을 LF몰 스토어로 전환했는데 올해 11월까지 매출 규모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가량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패션업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고 있는데 LF는 사업 다각화와 패션사업의 체질 개선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며 “오 부회장이 올해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한다며 LF의 혁신경영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