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임 부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면 사업 다각화에서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는
허윤홍 GS건설 신사업부문 사장의 안정적 경영권 승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GS건설은 사업 다각화 속도를 더 높이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든 것으로 파악된다.
GS건설은 최근 신사업부문 육성에 힘을 쏟으면서 주택, 플랜트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는데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로 이를 단번에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임 부회장이 공을 들이고 있는 수처리, 모듈러건축, 엘리베이터 등 신사업부문은 성장세가 가파르지만 아직은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다.
올해 상반기 실적만 살펴봐도 GS건설은 건축·주택부문(56.5%)과 플랜트 부문(25.8%)에서 대부분의 매출을 거뒀다.
신사업부문 매출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84.2%나 늘어나기는 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4.7%에 그친다.
임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하면 주택과 플랜트부문 비중을 바로 낮출 수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매출 3조7260억 원, 영업이익 3630억 원을 거뒀다. 이는 GS건설 지난해 실적과 비교해 매출은 35.8%, 영업이익은 46.9% 수준이다.
임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에 인수에 성공한다면 GS건설의 주력인 주택사업에 견줄만한 강력한 사업부문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상반기 중국에서만 1만 대 이상의 굴착기를 판매했을 정도로 해외사업 성장세가 가파른 데다 건설장비회사로서 GS건설과 시너지를 낼 부분이 많다는 점도 임 부회장이 인수전 참여에 고려했을 것으로 투자은행업계는 보고 있다.
임 부회장이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는 것은
허창수 GS건설 회장의 아들인
허윤홍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허 사장은 GS건설 내에서 신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데 두산인프라코어가 GS건설에 합류하면 허 사장이 이끄는 신사업부문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사업부문이 두산인프라코어 합류로 크게 성장하면 허 사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정당성이 부여되며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말 부회장으로 승진한 임 부회장에게 허 사장의 경영권 승계는 마지막 과제로 여겨지는데 두산인프라코어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도 있는 셈이다.
다만 임 부회장이 현대중공업그룹 컨소시엄 등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치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는 시선이 엇갈린다.
GS건설이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현금성자산을 별도기준 1조5천억 원 넘게 보유하고 있는 만큼 넉넉한 인수금액을 제시해 인수에 성공할 것이라는 시선이 있는 반면 재무 전문가인 임 부회장이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임 부회장은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나와 검사생활을 한 법률 전문가이면서 공인회계사 자격을 보유한 재무 전문가이기도 하다.
임 부회장은 2008년 GS홀딩스에서 근무할 때 GS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전을 이끈 경험이 있다.
GS그룹은 당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사활을 걸었지만 임 부회장은 입찰금액을 6조 원 이상 제시하지 않으며 입찰 마감 직전에 인수를 포기했다.
임 부회장은 입찰금액을 제시하며 “우리보다 낮은 가격을 쓰는 회사는 대우조선의 기회와 가치를 제대로 못 본 것이고 우리보다 높은 가격을 쓰는 회사는 감히 말하지만 마음의 평정을 잃고 과욕을 지닌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찰금액의 합리성에 자신감을 보인 셈인데 이후 대우조선해양이 어려워지자 임 부회장의 판단이 옳았다는 말이 나왔다.
GS건설은 22일 공시를 통해 재무적투자자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인수전 참여를 공식화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