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가 악사손해보험 인수에 나설까?
카카오페이가 단독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 신청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악사손해보험이 매물로 나오면 인수에 나설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카카오페이는 단독으로 디지털손해보험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5월 발표했지만 아직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것으로 1일 파악됐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아직 보험사 설립을 위한 예비인가를 신청하기 전"이라며 "중요한 사안인 만큼 신중히 검토해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는 5월 삼성화재와 함께 추진하고 있던 합작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이 자동차보험 출시와 관련한 의견 차이로 무산된 뒤 단독으로 디지털손해보험사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카카오페이가 늦어도 8월 경에는 예비인가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됐다.
카카오페이는 2019년 9월부터 삼성화재와 디지털 손해보험사 설립을 준비했는데 협의 과정에서 이미 시간을 많이 허비한 만큼 단독 설립 예비인가에 속도를 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카카오페이가 디지털보험사 예비인가 신청을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며 보험업 진출에 다른 방안을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보험업 진출에 신규 라이선스를 획득하는 것보다 기존 보험사를 인수해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효율적 방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종합 손해보험사 라이선스 획득보다는 디지털 손해보험사 라이선스 획득이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지만 정보통신시스템 구축, 생활밀착형 상품의 수익성 창출 방안 마련 등 인수를 통한 라이선스 획득보다는 까다로운 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카카오페이는 이미 증권업 진출을 놓고도 중소증권사인 '바로투자증권'을 인수해 라이선스를 확보한 바 있다.
당시 금융위원회에서도 카카오페이가 재무건전성, 부채비율, 대주주의 사회적 신용 등 법령상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것으로 판단해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승인했다.
악사손해보험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것으로 알려지며 카카오페이가 인수후보로 꼽히는 이유다.
프랑스 악사그룹은 최근 악사손보 매각을 위해 한국 투자자들을 상대로 시장수요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페이가 라이선스 획득을 위해 인수를 염두에 둔다면 악사손해보험이 매력적 매물이 될 수 있다.
카카오페이는 디지털손해보험사를 설립해 자동차보험을 시작으로 보험상품을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데 악사손해보험이 자동차보험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악사손해보험은 교보자동차보험을 인수해 한국시장에 진출했는데 국내 최초로 비대면 가입 방식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을 출시하는 등 자동차보험에서 경쟁력을 보여왔다.
영업방식도 텔레마케팅(TM)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디지털손해보험사 전환에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다만 카카오페이가 2018년 10월 증권업 진출을 위해 바로투자증권 지분 60%를 400억 원에 인수한 점을 비춰보면 가격면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 악사손해보험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데 2천억 원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예비인가를 신청하겠다는 기존 기조에서 바뀌지 않았다"며 보험사 인수 가능성을 놓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