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8-31 15: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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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가 단심실증환자 치료제 ‘유데나필’의 미국 판매허가에 제동이 걸렸는데 과연 조기에 해결할 수 있을까?
박 대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자료보완 요청을 받은 사항들을 놓고 약효가 아닌 용어 선택 등 표현의 문제이기 때문에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 박동현 메지온 대표이사.
하지만 자료보완 요청 뒤 상용화에 고전한 사례도 많아 지켜봐야 한다는 시선도 만만찮다.
31일 메지온에 따르면 단심실증환자 치료제 ‘유데나필’이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자료보완 요청을 받으면서 상용화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미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유데나필은 폰탄수술(우심방-폐동맥 우회수술)을 받은 환자, 즉 선천적으로 심실이 1개만 존재하는 청소년 환자의 심장 및 운동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메지온은 6월30일 미국 식품의약국에 유데나필의 신약허가 신청(NDA)을 했다. 하지만 미국 식품의약국이 8월30일 유데나필의 이상반응과 안전성 부분을 요약하는 보고서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통지하면서 2021년 상반기까지 품목허가를 받겠다는 박 대표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됐다.
박 대표는 2~3달 안에 미국 식품의약국의 수정 요구를 반영해 신약허가 신청서를 다시 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지온 관계자는 “곧바로 미국 식품의약국에서 요청하고 있는 안전성 데이터베이스, 보고서 그리고 신약허가 신청서 패키지 내의 요약자료들에 관해 수정작업을 시작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 담당자와 통화를 해 회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에 관한 요청사항을 더 명확하게 이해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번 자료보완 요청으로 유데나필의 품목허가 가능성이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자신하고 있다.
메지온에 따르면 이번에 수정해야 할 사항들은 ‘용어 선택’ 등과 같은 표현상의 문제들이다.
예를 들면 어지러움증, 두통, 숨가쁨, 흉통 등 환자의 부작용 사례를 오로지 ‘호흡곤란’으로만 분류했고 부작용인 ‘불면증’을 분류할 때 ‘에너지 증가’라는 용어를 선택하는 등의 오류가 있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런 이상반응에 관한 잘못된 용어 선택은 유데나필의 안전성 평가를 정확하게 하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메지온의 신약허가 신청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경험부족이 원인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약물 자체의 문제가 아닌 보고서의 용어 표기 문제는 쉽게 고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메지온측의 판단이다.
메지온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통지서를 받고 유데나필의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에 더욱 더 자신감을 품게 됐다”며 “이 통지서에는 미국 식품의약국이 궁극적으로 신약 승인을 위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그에 맞추어 준비하면 되는지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박 대표는 메지온 자사주 3억 원어치를 장내매수하며 유데나필의 상용화 가능성에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시선도 일각에서 나온다.
과거 국내 제약사들이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자료보완 요청을 받은 뒤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아이글로불린-에스엔(IVIG-SN) 5%’는 2016년과 2018년 두 차례나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자료보완 조치를 받았고 아직까지 상용화되지 못했다. GC녹십자는 결국 IVIG-SN 5% 제품의 미국 허가가 쉽지 않자 시장성이 높은 고농도의 10% 제품으로 방향을 바꿨다.
한미약품의 호중구 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도 자료보완 요청을 받고 상용화가 지연되고 있다.
한미약품의 미국 파트너 ‘스펙트럼’은 미국 식품의약국으로부터 추가 자료를 제출하라는 요청을 받은 뒤 2019년 3월 허가신청을 자진취하했고 7개월이 지난 2019년 10월 품목허가를 재신청했다.
GC녹십자와 한미약품 모두 약품 자체의 문제가 아닌 제조공정에 관련한 자료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만큼 약물의 유효성과 안전성에 문제가 없더라도 미국 식품의약국의 문턱을 넘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닌 셈이다.
제약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의 보완자료 제출 요청은 일상적으로 있는 일이며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는 셀트리온의 항암제 ‘트룩시마’와 ‘허쥬마’도 모두 과거에 최종 보완공문(CRL)을 받았다”면서 “메지온이 향후 절차를 잘 진행한다면 유데나필이 허가를 받을 가능성은 낮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