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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염수정 추기경 서임 축하행사에 앞서 정진석 추기경(좌)과 염 추기경(우)이 손을 맞잡고 있다. |
“우리 사회에 만연한 갈등과 분열을 치료하는 교회가 되는데 노력하겠다”. 추기경으로 서임된 염수정(71, 세례명 안드레아) 대주교가 13일 서울 명동성당 주교관 앞에서 열린 추기경 서임 축하행사에서 한 말이다.
지난 12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19명의 새 추기경 명단에 서울대교구장 염 대주교의 이름이 올랐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 이후 세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탄생하면서 한국은 2009년 김수환 추기경 선종 이후 5년만에 다시 ‘2인 추기경 시대’를 열게 됐다. 정 추기경이 만 80세를 넘겨 지난해부터 ‘콘클라베’(교황선출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면서 한국 천주교계는 이번 서임식에서 한국 추기경이 탄생하길 간절히 바라왔다.
따라서 천주교를 비롯해 사회 곳곳에서는 새로운 추기경 탄생을 크게 환영했다. 그러나 일부 진보적 네티즌과 평신도들은 이번 추기경 서임 소식에 실망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염 대주교의 보수 성향 탓이다.
지난해 11월 신앙의 해 폐막미사에서 염 대주교는 “그리스도인에게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일종의 의무다. 우리는 정치에 참여해야만 한다”라며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인용했다. 그러나 이어 “교리서에서는 사제가 직접 정치적이고 사회적으로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고 못박으면서 정의구현사제단 전주교구의 시국선언을 비판했다. 염 대주교는 지난 2005년 황우석 교수의 배아 줄기세포 개발을 비판하고 2012년 용산참사 유가족들의 면담 요청을 거절하는 등 보수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진보 성향의 네티즌들은 "한국 세 번째 추기경으로 염수정 대주교가 임명됐다는 소식이 기쁘기는 하지만 걱정이 된다. 현재 한국의 정치상황을 봤을 때 사제의 현실 참여를 독려한 교황의 메세지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수 성향의 염수정 대주교가 추기경이 됐다. 이제 어디에 기대고 의지해야 하는걸까”, "한국 세 번째 추기경 염수정 대주교가 정의구현 사제단을 어떻게 품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일부 평신도들은 진보적 성향의 인물을 새 추기경으로 서임해달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교황청에 보내려던 차에 염 대주교의 서임 소식을 듣고 “교황이 한국 상황을 정확히 알기만 해도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명했다고 전해진다.
추기경에게는 교황의 지침을 받아들이고 실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역대 어느 교황보다 현실 참여를 강조해온 프란치스코 교황의 메시지를 염수정 신임 추기경이 어떻게 전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추기경 서임식은 다음달 22일 성 베드로 사도좌 축일에 맞춰 바티칸에 위치한 교황청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