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지난달 31일 잠실야구장에서 두산베어스 우승이 결정된 뒤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고 있다. <뉴시스> |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두산베어스가 10월30일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두산그룹은 두산베어스의 우승이 다소 침체된 그룹 분위기와 임직원들의 사기를 끌어올리고 신규사업에서 자신감으로 연결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두산베어스 우승이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에게 기운을 북돋아줬다.
최근 두산그룹의 상황은 좋지 않다.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두산중공업과 두산 신용등급 전망도 하향조정되는 등 재무안정성 우려가 높다. 여기에 3분기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 아니다.
주력사업인 중공업분야 업황이 좋지 않아 박 회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면세점 사업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두산그룹은 유통전문기업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 등에 경험 면에서 많이 밀린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베어스의 우승은 말 그대로 ‘낭보’다. 올해 초보감독인 김태형 감독의 첫해를 맞아 우승을 기대했던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요즘 웃을 일이 많지 않았던 박 회장은 두산베어스 우승 덕분에 모처럼 활짝 웃었다.
박용만 회장은 잠실에서 열리는 3차전부터 5차전까지 모두 직접 관전했다. 귀빈실이나 중앙지정석이 아닌 1루쪽 관중석에서 팬들과 함께 두산베어스를 응원하며 열정을 과시했다.
특히 박 회장은 3차전에서 비가 쏟아져 경기가 우천중단된 가운데 아들 박서원 오리콤 부사장과 함께 우산을 쓰고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 중계카메라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두산베어스는 박 회장의 응원 덕분인지 박 회장이 찾아온 3~5차전 모두 승리를 거뒀다. 박 회장은 김태형 감독에 이어 두 번째로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는 영광을 누렸다.
박 회장은 우승축승회에서 14년 만에 우승에 대한 기쁨과 함께 구단에 대한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박 회장은 “야구를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지만 한두명 스타가 아닌 선두들 모두 열심히 하고 따뜻한 팀컬러가 한결같다”며 “선수가 바뀌고 감독이 바뀌고 세월이 바뀌어도 그런 팀컬러가 변하지 않고 이어지는 것이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구단에서 요구대로 포상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 회장은 “김승영 사장이 요청하면 나는 지원하는 입장”이라며 “달라는 대로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박 회장은 팬으로서 야구단 운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내가 회장이어도 야구단 운영은 비전문가”라며 “구단주와 사장이 정하면 그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 “내가 간섭하면 팀 경쟁력을 낮추는 일”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도 잊지 않았다.
박 회장은 우승 후 SNS에 “프로야구 구단 중 가장 많은 팬이 한결같이 응원해주시고 사랑해 주셨는데 14년이나 실망을 드렸다”며 “오늘 기뻐하기 앞서 죄송했다는 말씀 먼저 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박 회장은 “오늘 우승은 팬 여러분의 우승”이라며 “엎드려 감사의 절을 올린다”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