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권 선진 총괄사장이 올해 안에 안성 축산클러스터 건립 관련 절차를 매듭짓기 위해 우호적 여론 조성에 온힘을 쏟고 있다.
안성 축산클러스터는 선진이 3년째 공을 들여온 사업인데 기업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어 이 사장으로서는 하루빨리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9일 선진에 따르면 7월부터 홍보팀이 안성시로 파견돼 시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축산식품전문기업 선진은 하림그룹의 계열사다. 사료와 돼지고기 관련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선진은 2018년부터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에 사업비 2천억 원을 들여 도축, 육가공, 포장기능 등을 갖춘 23만㎡ 규모의 현대화된 축산클러스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안성은 지리적으로 경기 남부와 충남, 충북 사이 한 가운데 위치해 국내 축산물류의 요지다. 경기 남부와 충남, 충북지역에 국내 양돈 물량의 40%가 몰려있어 이곳에 축산클러스터를 마련하면 가격과 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선진은 직접고용 1천 명, 300억 원 연관 경제효과를 홍보하며 사업의 당위성을 인정받으려고 했으나 환경오염을 걱정하는 주민과 경기도에서 돼지고기사업 주도권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축협의 시선이 곱지 않아 애를 먹어왔다.
주민들은 축산시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악취를, 축협은 대기업에 의한 농가 종속을 걱정하고 있다.
선진은 안성시의 환경영향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데 안성시도 경제와 환경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를 놓고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햇수로 3년 째 이어지자 이 사장은 최근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직원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은 지금까지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설득하는데 노력해왔는데 앞으로는 주민과 지역 언론 등을 상대로 우호적 여론 조성에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경기지역 학교, 언론, 축산업 조합 관계자들과 만나 선진이 경기도 축산업 발전과 관련해 품은 비전을 전파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자리와 인구 등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선진이 안성을 위해 준비한 사회적 책임활동을 알리는 데도 힘을 쓰기로 했다.
선진은 안성시 소재 초중고등학교 지원사업, 경기도 대학과 산학협력, 봉사활동과 환경보전사업, 지방 전통행사 지원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큰 반대 이유인 환경오염 관련 대책도 마련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걱정하는 냄새와 관련해서 에어컨과 여과장치를 장착한 덴마크식 ‘3세대 가축 이동차량’을 도입해 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오물과 냄새를 원천차단하기로 했으며 폐혈액 처리시스템을 마련해 폐수에 피를 흘려보내는 일을 막기로 했다.
▲ 선진이 추진하는 안성 축산식품클러스터 조감도. |
이 사장이 이처럼 안성시민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애를 쓰는 것은 축산클러스터가 선진의 미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안성 축산클러스터 건립은 돼지고기산업에서 고급화와 선도전략을 추구하고 있는 선진에게는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선진은 돼지고기산업에서 항상 선도전략을 취해왔다.
선진은 1992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돼지고기사업에 '크린포크'라는 브랜드를 도입했다. 일찌감치 위생과 품질기준을 확립해 1994년 일본에서 검역면제조치를 받기도 했다.
선진은 축산업 선진국인 북유럽의 양돈시스템 도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축산 ICT(정보통신기술) 자회사를 통해 축산업 현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6년에는 국내 최초로 동물복지를 적용한 제품도 내놨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2009년부터 11년 연속 독일의 축산 평가기관인 독일농업협회(DLG)로부터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올해 선진의 최대 과제는 안성 축산클러스터 건립사업이다. 이 사업의 성패에 따라 2016년 돼지고기 관세 철폐 이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축산업의 현대화 흐름에서 앞서 나갈 수 있을지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