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 STX그룹 회장의 몰락에 STX 장학생들도 추운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STX장학재단 내부 사정으로. 2013학년도 가을학기부터 등록금 지원을 중단한다고 하오니, 학생 여러분들의 유의 바랍니다.“
STX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장학금으로 등록금을 해결했던 대학생 박아무개(24)씨에게 STX 장학금 중단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그는 2012년 초 100:1의 경쟁률을 뚫고 STX 장학생으로 선발되었다. 입학부터 졸업 때까지 연간 1200만원의 장학금과 매달 50만원의 용돈까지 받을 수 있는 '파격적인 장학금'이었다. 부모님의 시름을 덜어드리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고 학업에 매진할 수 있어 펄쩍 뛰었던 기억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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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덕수 회장이 2012년 STX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들과 함께 환하게 웃고 있다 |
박씨는 지난해 6월 이 안내를 학교 홈페이지에서 보고 곧바로 STX장학재단으로 연락했다. 전화를 받은 남자에게 조심스럽게 “장학금 지급이 중단되었던데 어떻게 된 건지 알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그런데 “잠시만요, 담당자 바꿔드릴게요”라고 등답하고는 그 다음부터 “뚜뚜뚜” 신호음만 들어야 했다. 몇 차례 전화를 걸어봤으나 같은 신호음만 들었다.
박씨는 "STX그룹이 어렵다는 얘기는 뉴스로 들었지만, 그 피해가 장학금까지 돌아올 지는 몰랐다"고 말했다. 박씨는 혹시라도 올해에는 장학금 지원이 될까 학수고대하고 있지만, 이도 이루기 힘든 희망이 될 공산이 커보인다.
STX장학재단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꿈이었다. 장학생으로 선정되면 연간 대학생 1,200만원, 대학원생 1,600만원, 해외유학생 5만 달러를 지급했다. 학비 뿐만 아니라 매월 학업보조금으로 50만원씩을 줬다. 개인 기준으로는 국내 최대규모의 장학금이었다. 이러다 보니, 지난해 장학생 선발 때에는 경쟁률이 100대 1에 이를 정도로 인기였다.
장학생들의 수기를 보면, “제 삶에 불어온 가장 따스한 봄바람” “내 손을 잡고 일으켜주고 날개까지 달아줬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스스로의 능력을 한정짓고 살았던 시절도 있지만 (STX장학재단은)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진리를 가르쳐줬다“ ”살면서 가장 큰 효도는 STX장학생이 된 것”처럼 학생들의 꿈과 희망이 고스란이 담겨있다.
STX장학재단은 2006년 STX건설이 20억을 출연해 설립됐다. 2007년 STX팬오션으로부터 20억을 받아 100억원으로 확충되었고, 그 이후 각 계열사의 출연과 강 회장의 개인기부로 이루어진 총 320억원으로 STX장학재단은 운영되었다. 2006년부터 2013년까지 국내외 장학생 300명을 배출했다.
이 장학재단에 대한 강 회장의 애정은 각별했다. 강 회장은 2008년 30억원, 2009년 21억원, 2011년 12억 원 등 그동안 장학재단에 총 63억원을 개인적으로 기부했다. 전체 출연액의 20%를 차지한다. 강 회장은 상고를 나오고 평사원에서 자수성가를 한 개인의 이력 때문에 인재 육성에 많은 관심이 매우 높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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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마다 STX 장학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
STX의 몰락에 이 장학금도 피해나갈 수 없었다. STX그룹의 형편이 나빠지면서 장학생 수는 해마다 줄어들었다. 2010년 49명, 2011년 42명, 2012년 32명, 2013년 20명으로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해부터 가을학기 등록금 지원을 중단한데 이어 매년 1월 초에 선발 공고를 내는데, 올해 장학생 선발 계획조차도 잡지 못하고 있다. STX장학재단 관계자는 14일 "올해는 장학생 선발 계획이 없다"며 "장학재단으로 추가 지원 자금이 들어올 방법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장학재단의 존립 자체를 우려했다.
강 회장은 지난 6일 서울 서초동의 100억원대 집을 매물로 내놓았다. 강 회장은 STX그룹이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우리은행 대출금 89억원, 하나은행 30억원 주택담보대출 금액 등을 갚을 방법이 없자, 자신의 집을 매각하기로 했다. 강 회장은 집이 매각되면 경기도 일산이나 용인 일대의 3~4억원대 중소형 아파트로 이사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