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항공업계에서는 이스타홀딩스 오너일가가 임금체불 문제를 선뜻 해결하지 못하는 밑바탕에는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인수를 포기할지 모른다는 불안이 깔려있다는 말이 나온다.
▲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인수합병 과정에서 재무적 문제나 실사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나면 인수계약을 해지하는 사례가 있다”며 “이스타항공 오너일가로서는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매각이 불발될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의 모회사 이스타홀딩스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의 딸 이수지 이스타홀딩스 대표와 아들 이원준씨가 지분 33.3%, 6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의 실질적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상직 의원으로서는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원하고 있지만 체불임금 문제가 매각과정의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25일 지급하기로 돼 있던 5월 급여를 지급하지 못한다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 올해 2월 임금의 60%를 체납한 데 이어 3월부터 3개월 째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한 직원 1630여명의 체불액은 28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스타항공은 올해 1분기 자본총계가 -1042억 원을 나타내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져 있다.
이스타홀딩스는 이스타항공을 매각하기 위해 올해 3월 제주항공과 545억 원에 이스타항공 주식을 매도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주식 매매계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때보다 150억 원 낮아진 금액으로 제주항공은 양해각서 체결 당시 이행보증금으로 115억 원을 지급했다.
이상직 의원으로서는 이스타항공의 재무적 부실상태 때문에 이미 150억 원을 깎아서 팔았는데 더 이상의 손해를 보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사재를 출연해 임금체불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만약 매각이 무산되면 얻을 것이 거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스타홀딩스 사이에 체결된 이스타항공 주식매매계약(SPA)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우발성 부채와 관련해서는 제주항공이 책임지기로 한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 위원장은 “쟁점은 임금체불 문제가 모두 제주항공이 책임져야 할 사항인지를 두고 다툼이 있는 것”이라며 “노조로서는 올해 2월부터 3월까지의 임금체불 문제의 책임은 이스타항공에 있지만 그 이후 체불임금은 제주항공이 져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임금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해결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것과 달리 계약서에 임금문제를 제주항공이 책임진다는 규정은 없다”며 “다른 귀책사유와 관련된 규정은 비밀유지의무가 있어 말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기에 제주항공 내부적으로는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을 없었던 것으로 돌리겠다는 방침이 선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 내부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제주항공은 임금체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할 각오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태가 악화돼 계약을 원점으로 돌릴 생각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