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효성 사장이 인터넷은행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조 사장은 효성 관계사인 효성ITX와 갤럭시아컴즈를 각각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하도록 해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신청했다.
조 사장은 대기업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양수겸장’ 전략을 펼쳐 인터넷전문은행 진출에 의지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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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준 효성 사장. |
효성ITX 주가는 2일 전일보다 4.67% 오른 1만90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갤럭시아컴즈 주가도 2.8% 올랐다.
두 회사는 1일 마감한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각각 다른 컨소시엄에 합류했다.
효성ITX는 KT(케이뱅크 컨소시엄)가, 갤럭시아컴즈는 인터파크(아이뱅크 컨소시엄)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각각 참여했다.
KT 주도 컨소시엄에는 효성ITX외에도 효성그룹의 또다른 계열사인 노틸러스효성도 이름을 올렸다.
조 사장은 두 회사 양쪽에서 최대주주로 올라있다. 조 사장은 효성ITX 지분 34.99%를, 갤럭시아컴즈 지분 35.02%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3개 컨소시엄 가운데 2곳에 예비인가를 내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사장의 경우 컨소시엄 2곳에 나눠 참여한 만큼 어느 후보가 탈락하더라도 인터넷전문은행에 사실상 진출을 확정받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효성그룹 계열사가 여러 컨소시엄에 개별적으로 참여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평가된다. 조 사장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에 대한 강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에 GS그룹도 GS리테일과 GS홈쇼핑이 각각 다른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GS리테일은 카카오뱅크 컨소시엄, GS홈쇼핑은 아이뱅크 컨소시엄을 통해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두 회사의 경우 삼촌과 조카 사이인 허승조 부회장, 허태수 부회장이 각각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곳이다. GS그룹 차원의 참여라기보다 계열사별로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조현준 사장은 본업인 제조업 외에 IT와 금융산업에서 경쟁력을 키워왔다. IT와 금융의 결합을 뜻하는 ‘핀테크’ 시장 진출에 앞서 일찌감치 발판을 닦아놓은 셈이다.
조 사장은 “그동안 쌓은 기술력에 최신 IT기술을 접목해 핀테크 등 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그룹에서 정보통신사업을 이끄는 효성ITX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강점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틸러스효성은 국내 ATM기기 점유율 1위에 올라있다. 노틸러스효성은 9월7일부터 삼성페이를 통한 ATM 출금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노틸러스효성은 비상장회사로 효성이 지분 54.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조현준 사장 등 효성 오너 3세들이 각각 지분 14.13%씩 나눠서 소유하고 있다.
조 사장은 3월 모바일결제 대행 자회사인 인포허브를 갤럭시아컴즈에 흡수합병하며 전자결제시장으로 발을 넓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내년 출범한다. 지점을 두지 않고 예금, 대출, 펀드 등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기업집단의 경우 의결권을 가진 주식 4%, 전체 주식의 10%를 보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기업이 은행업에 직접 진출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다. 그러나 향후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이나 관련 법안이 바뀔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금산분리의 빗장을 여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그룹과 같은 대기업의 경우 규제에 발목이 묶여 있어 당장 경영권을 행사하기는 힘들지만 은행업에서 경험을 쌓는 것만 해도 향후 핀테크 사업을 진행하는 데 큰 의미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