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그룹(미래에셋)의 유동성 위기설은 왜 자꾸 나오는 것일까? 과연 실체는 있는가?
미래에셋은 미국호텔 인수와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삐걱대자 유동성을 우려하는 시선이 계속 늘고 있다.
15일 금융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미래에셋의 핵심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의 현금자산과 유동성은 지표상으로 국내 대형증권사와 비교해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를 비롯한 계열사들이 지속적으로 투자해왔던 해외부동산과 호텔 등에서 코로나19 여파로 잠재적 위험이 크다는 시선도 만만치 않다.
미래에셋이 추진하던 7조 원대 미국 호텔 매매와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획이 사실상 무산 또는 무기한 연기되자 투자업계 안팎에서 '미래에셋의 유동성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미국 호텔 매매계약의 당사자였던 안방보험측은 미래에셋의 계약 이행을 촉구하는 소송을 내며 "미래에셋측이 자금조달에 문제가 있어 일방적으로 계약을 철회하려고 한다"고 주장해 이런 우려에 기름을 끼얹기도 했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측은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동성 위기설을 일축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대우의) 현금성자산이 달러를 포함해 5조 원 가량으로 유동성이 더 없이 풍부한 상황"이라면서 "대체 얼마나 많은 현금을 더 보유해야 '충분한 유동성'이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호텔 매매와 관련한 계약분쟁 책임은 안방보험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연기의 원인은 HDC현대산업에 있다고 봤다.
15일 미래에셋대우가 내놓은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조7883억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의 자본 건전성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순자본비율(새 NCR)을 살펴보면 2019년 12월 말 기준으로 미래에셋대우가 1728.1%로 국내 5개 대형증권사 가운데 가장 높다.
NH투자증권이 1307.7%, 한국투자증권 1260.1%, KB증권 1198.7%, 삼성증권 875.6% 등이다.
순자본비율은 유동성 자기자본(영업용 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금액을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비율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분기에 시장 기대를 넘는 성과를 내 안정적 운용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배승 이베스트 투자증권 연구원은 "미래에셋대우는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자체헤지 비중이 낮아 주식시장 약세에도 운용손실의 규모가 적었다"며 "8조 원에 이르는 투자자산에서 발생하는 분배금 및 배당금 수익도 안정적 이익기반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유동성 위기설이 나오는 까닭은 코로나19 사태로 그동안 미래에셋이 투자를 집중해온 해외호텔과 부동산 관련 불확실성이 커진 때문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은 해외호텔과 부동산 투자를 통해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는데 글로벌경기 침체 우려 속에 호텔업황과 부동산시장 부진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시선이 늘고 있는 것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세계 관광산업은 현재 사상 최악이며 회복시점도 가늠하기 어렵다"며 "관광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한 미래에셋대우에는 코로나19가 거대한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19년 미래에셋대우가 1조 원 규모로 사들인 프랑스 파리 '마중가타워'는 유럽 코로나19 확산으로 완전한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래에셋이 코로나19 영향 장기화를 우려해 당장 7천억 원 규모의 계약금이 기약없이 묶이는 것을 감안하고 조 단위 자금을 쏟아부어야만 하는 미국 호텔 인수를 취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 호텔 인수금액 7조 원가량 가운데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함께 들여야 할 금액은 2조4천억 원에 이르는데 호텔업황이 타격을 받은 상황에서 그대로 지불하기에 부담스러운 금액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공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