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결단한 로봇 자회사 현대로보틱스 별도법인 설립은 고배당정책을 유지하는 데 신의 한 수가 될까?
3일 재계에서는 권 회장의 현대중공업지주 로봇사업 분할을 놓고 안정적 성장의 확신 없이는 내리기 쉽지 않은 결단이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업형 지주사의 사업분할은 이른바 ‘양날의 칼’이기 때문이다.
지주사는 분할 자회사가 잘 성장한다면 투자 확대의 부담을 덜고 안정적으로 배당금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분할 자회사가 잘 성장하지 못한다면 사업부문의 이익만큼 지주사 이익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난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로봇사업부문은 2019년 매출 5174억 원, 영업이익 2466억 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이 47.7%에 이르는 알짜사업부문이다.
앞서 현대중공업지주는 1일 로봇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해 신설법인 현대로보틱스를 출범했다. 이 사업 분할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자체사업이 없는 순수 지주사가 됐다.
지난해 12월 권 회장은 현대로보틱스가 2024년 매출 1조 원을 내는 회사로 성장한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이 분할계획을 내놓았다.
권 회장은 처음 계획을 내놓았을 당시보다 지금 현대로보틱스의 성장이 더욱 절실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배당을 통해 현대중공업지주의 현금 보유량에 기여해 온 정유 자회사 현대오일뱅크가 올해 1분기부터 적자 5632억 원을 내며 무너졌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배당성향 70% 이상의 고배당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도 결산배당으로 모두 2705억 원을 현금배당했는데 이는 같은 해 현대중공업지주의 별도기준 영업이익인 2476억 원보다도 많다.
현대중공업지주의 배당이 정기선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의 경영승계 자금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권 회장은 고배당정책을 포기할 수 없다. 정 실장은 현대중공업지주 지분 5.1%(보통주 83만1097주)를 보유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코로나19의 확산 탓에 정유사들이 2020년 2분기에도 실적 부진을 겪을 것으로 내다본다.
이는 올해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는 배당금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물론 장기적으로 정유업황이 회복된다면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오일뱅크에서 받는 배당도 다시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정유사업은 업황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만큼 배당이익이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현대오일뱅크의 배당은 2017년 1주당 2600원에서 2018년 1천 원, 2019년 830원으로 꾸준히 줄고 있다.
현대로보틱스가 빠른 성장을 통해 안정적 배당이익을 창출하는 자회사로 자리를 잡는다면 권 회장의 로봇사업 분할은 절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시장 상황은 나쁘지 않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산업용 로봇시장은 2019년 111억 달러 규모였으며 2025년까지 연 평균 15%씩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2019년 기준으로 현대로보틱스의 로봇시장 점유율은 2%에 불과했다. 시장 성장의 수혜를 보기 위해서는 점유율을 더 끌어올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글로벌 로봇 수요의 33%를 차지하는 최대시장 중국을 전략지역으로 낙점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8년 중국 로봇회사 하궁즈넝과 합작법인 하이닝하궁현대를 설립했다. 하이닝하궁현대는 올해 말 완공을 목표로 현지에 로봇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권 회장은 스마트팩토리에서 현대로보틱스의 사업기회를 찾는 데도 공을 들여왔다.
2019년 5월
황창규 전 KT 대표이사 회장을 직접 만나 현대중공업지주가 KT와 5G통신(5세대 이동통신)에 기반을 둔 로봇 및 스마트팩토리 관련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협력관계를 맺기도 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로보틱스는 독립을 계기로 사업 전문성을 강화해 올해를 글로벌 톱5에 진입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산업용 로봇의 해외진출을 가속화하고 스마트팩토리와 서비스로봇 등 신사업도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