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효 기자 kjihyo@businesspost.co.kr2020-04-22 15:5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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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방사광가속기를 놓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치열하게 막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한전공대 설립을 계기로 전라남도가 유리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더불어민주당이 많은 지역에서 당선인을 배출하면서 지역 사이 유치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 9일 광주광역시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위원회' 출범 기자회견에서 김영록 전라남도지사(왼쪽에서 다섯번째)를 비롯한 유치위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지방자체단체와 정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5월7일경 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우선협상지역을 발표한다.
우선협상지역 발표를 앞두고 전라남도 나주시, 충청북도 청주시, 강원도 춘천시, 경상북도 포항시 등 4개 지방자체단체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두고 막판 경쟁을 펼치고 있다.
‘슈퍼 현미경’으로 불리는 방사광가속기는 전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시키고 이때 만들어진 빛을 이용해 물질 미세구조와 현상을 연구하는 연구시설이다.
투입되는 사업비만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년 안에 생산 유발효과와 고용창출 등 지역에서 유발되는 직·간접 경제효과가 10조 원에 이를 것이라는 기대를 받고 있어 지방자체단체 사이의 경쟁이 치열하다.
전라남도는 한국전력공사가 3일 교육부로부터 한전공대법인 설립 승인을 받으며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180석을 차지한 ‘거대 야당’이 탄생하며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호남지역뿐만 아니라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는 충청도에서도 민주당 당선인들이 대거 나오는 등 민주당에 지지를 보낸 충청도와 강원도 등 다른 지역민들의 민심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21대 총선에서 충청남·북도 19개 지역구에서 11개를 차지했다.
변재일, 도종환, 이장섭, 정정순, 임호선 등 21대 총선 충청지역 민주당 당선인들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22일 연석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충청지역 당선인들은 충청북도 청주시의 지리적 이점과 충청북도에 위치한 오송 바이오클러스터와 시너지효과를 강조했다.
몇몇 당선인들은 2008년에는 정치력이 약해 방사광가속기를 유치하지 못했다는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다. 2008년 충청북도는 4세대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힘썼으나 경상북도 포항에 밀렸다.
정정순 청주상당 당선인은 이날 회의에서 “충북도청에 근무할 당시인 2008년 방사광가속기 유치를 위해 노력했던 기억이 새롭다”며 “그때도 입지 여건이 좋았지만 정치력이 약했다. 이번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전라남도는 새로 설립할 한전공대를 중심으로 광주과학기술원(GIST)과 호남지역의 대학교들이 방사광가속기를 연계해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 전라북도 지역 대학교의 교수들과 총학생회는 21일 전남대학교 본부 앞에서 4세대 방사광가속기 호남권 유치를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민주당 신정훈 나주화순 당선인은 20일 지역매체와 인터뷰에서 "나주 한전공대 개교와 생물의약산업 벨트를 반드시 완성하겠다"며 “방사광가속기센터를 꼭 유치해서 글로벌 에너지신산업의 거점도시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 방사광가속기 조감도. <전라남도>
김영록 전라남도지사는 21일 열린 실·국장 정책회의에서 "방사광가속기가 미래 첨단산업 발전 및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도 호남권에 반드시 유치돼야 한다”며 "그동안 방사광가속기의 호남권 유치를 위해 200만 서명에 동참해 주신 많은 분들과 끝까지 함께 하며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에 반드시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4세대 방사광가속기는 이번 총선에서 지역에 출마한 국회의원 후보들의 단골 공약이었을 뿐만 아니라 당 차원에서 지역민심을 사는 공약으로 내세워지기도 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선거운동 기간이었던 8일 광주를 방문해 방사광가속기를 전남에 유치하겠다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대표는 8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민주당·더불어시민당 합동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차세대 원형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전남에 구축해 호남을 미래첨단산업 중심지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발언이 지역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과 방사광가속기 유치가 정치 논리로 왜곡될 수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 비서실은 8일 긴급 문자메시지를 통해 “방사광가속기 유치와 E-모빌리티 신산업 생태계를 광주와 전남에 구축하도록 하겠다는 발언은 ‘방사광가속기 유치에 (충청북도와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겠다)는 괄호 부분이 생략된 것”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