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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 정상화를 위해 가야할 길이 험난하다.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 회장과 눈높이를 맞춰 7천억 원대에서 금호산업 매각가격을 최종적으로 결정하면서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을 위한 초읽기에 들어갔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박 회장은 이르면 추석 전 금호산업 채권단과 지분 인수계약을 맺는다. 박 회장은 와신상담 5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되찾는 셈이다.
그러나 박 회장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보다 더 고난의 길을 가야할 지도 모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은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항공사의 공세 등 예전과 다른 경영환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룹의 또 다른 축인 금호타이어는 힘들게 워크아웃을 졸업한 뒤 노사갈등과 실적부진이라는 이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더욱이 박 회장은 세 달 안에 금호산업 인수대금도 마련해야 한다.
◆ 그룹의 축, 아시아나항공 흔들
아시아나항공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핵심이다. 아시아나항공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차지하는 매출비중은 50%에 이른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특별히 애착을 품고 있다. 박 회장이 2004년 그룹 이름을 금호에서 금호아시아나로 바꾼 데서 박 회장의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이 처해 있는 경영환경은 과거와 완전히 다르다. 대한항공과 함께 국내 항공시장을 양분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수많은 항공사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2017년부터 A380기를 제외한 나머지 여객기에서 일등석을 모두 없애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일등석은 저비용항공사와 차별화 요인이자 아시아나항공의 자존심이지만 수익성을 위해 명분보다 실리를 선택하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들어 저유가 기조가 계속되는데도 2분기 적자를 냈다. 1분기 저유가와 항공수요 증가에 힘입어 7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 다시 614억 원의 적자를 봤다.
대폭 적자를 낸 이유로 아시아나항공이 경쟁사보다 위기관리에 취약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한항공의 경우 2분기 영업손실은 25억 원에 그쳤다.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도 좋지 않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연결기준으로 633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별도기준으로 95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2013년에 이어 자본잠식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저비용항공사를 어떻게 따돌리나
박삼구 회장은 올해 안에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제2의 저비용항공사를 출범시키려 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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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 |
올해 들어 히로시마공항 안전사고,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 여러 악재가 터진 데다 아시아나항공의 실적까지 좋지 않아 저비용항공사 출범은 당분간 유보된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이 주춤하는 사이 국내 저비용항공사들은 무서운 속도로 치고 올라왔다.
저비용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저비용항공사의 한계를 넘어 아시아나항공의 자리까지 위협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올해 상반기 매출 2868억 원, 영업이익 307억 원으로 사상 최대 반기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영업이익이 무려 643.9% 늘어났다.
제주항공은 2020년까지 항공기를 40대로 늘리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현재 74대의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는데 그 격차가 앞으로 크게 좁혀지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단거리 노선 매출비중이 50%가 넘어 저비용항공사의 공세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외국항공사들도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중장거리 노선에서 중국과 중동의 항공사들이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최근 직원들에게 “공급증대, 노선확장, 여행사 중심 판매라는 전통적 성장정책에 한계가 있어 영업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며 “판매단가는 하락하는데 수입은 감소하고 비용은 증가해 적자가 구조화하는 상황을 위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 최악의 상황, 금호타이어
금호타이어는 올해 들어 극심한 노사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의 실적부진과 악화될 대로 악화된 노사관계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노조가 한 달 넘게 전면파업을 벌였고 회사 역시 2주일 동안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파업과 직장폐쇄 모두 역대 최장기록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0일 새 집행부 선출을 이유로 파업을 유보하고 회사도 직장폐쇄를 풀기로 했다. 금호타이어는 이르면 21일 정상화하지만 파업이 언제 재개될지 불안한 상황이다.
금호타이어는 상반기 국내 타이어 3사 가운데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업계 3위 넥센타이어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내 체면도 심하게 구겼다.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파업이 예상보다 길어진 데다 외부환경도 좋지 않다. 중국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져 판매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는 전체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금호타이어는 올해 매출 3조8758억 원, 영업이익 4134억 원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상반기 990억 원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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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금호타이어는 1위 한국타이어와 격차가 더 벌어지고 3위 넥센타이어에 따라잡힐 가능성이 높다.
박 회장은 지난 7월 금호타이어에 대해 “전략부터 재정립해야 한다”고 질타하면서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거의 매년 파업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을 거치면서 노사관계가 틀어질 대로 틀어져 금호타이어 전략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도 노사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결국 이도 박 회장의 몫일 수밖에 없다. 노조는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7천억 원 이상의 돈을 쓰면서 5년 동안 워크아웃을 거치며 어려움을 이겨낸 조합원들에게 보상이 인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워크아웃 기간에 구조조정은 물론 임금삭감과 복지축소 등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
◆ 자금마련 어떻게 하나
박 회장이 9월 안에 채권단과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면 한 달 안에 구체적인 자금조달 계획서를 내야 한다.
자금조달 계획이 미비하다고 판단되거나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고 3개월 안에 매각대금을 내지 못하면 매각은 무산된다.
금호산업 채권단은 박 회장의 자금사정을 고려해 별도의 계약금(매매가의 10%)을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박 회장이 올해 안에 지분인수에 실패하면 매매가의 5%(약 361억 원)를 위약금으로 받기로 했다.
우선 박 회장은 어렵게 되찾은 금호고속을 되팔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을 되팔려는 대상은 박 회장의 광주일고 동문인 김영재 회장이 이끄는 칸서스자산운용이다. 칸서스자산운용은 금호고속을 인수하기 위해 지난달 ‘칸서스KHB’라는 이름의 사모펀드를 만들었다.
박 회장이 금호고속 매각으로 얻을 수 있는 자금은 3천억~4천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박 회장과 칸서스자산운용은 칸서스자산운용의 금호고속 인수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임의 사전심사를 요청했고 문제가 없다는 답변도 받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박 회장이 현재 보유한 현금자산의 규모는 알려진 내용이 없다.
박 회장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워크아웃을 거치는 과정에서 보유지분도 크게 줄고 2010년 사재 3300억 원을 털어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별다른 자산이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 회장과 박세창 금호타이어 부사장,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등이 보유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지분도 채권단에 담보로 잡혀 있다.
박 회장은 금호산업 인수에 부족한 자금을 전략적투자자를 모으는 방식으로 해결할 것으로 보인다.
전략적 파트너로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CJ그룹 등이 거명된다. 유통기업들은 항공사의 면세점, 기내식 등의 사업과 시너지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대상그룹과 군인공제회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은 박 회장의 매제다. 임 명예회장의 부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이 박 회장의 여동생이다.
군인공제회는 2003년 금호타이어 지분 70%를 매입하며 백기사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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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
◆ 빚 내 그룹 재건, 또 다시 ‘승자의 저주’ 우려도
박 회장이 채권단으로부터 금호산업 주식을 넘겨받으면 이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도 있다.
박 회장이 채권단으로부터 주식을 넘겨받으면 박 회장의 지분율은 60%에 이르게 된다. 이 가운데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30~40%를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담보로 맡겨 인수자금을 대출받는다는 것이다.
박 회장이 이런 방법으로 최대 1500억 원 정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으로서는 금호산업 인수가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의 끝이 아니다. 금호고속과 금호타이어를 인수해야 비로소 재건작업에 마침표가 찍힌다.
박 회장은 금호고속을 매각해 금호산업을 되찾은 뒤 또 다시 금호고속을 찾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 금호고속은 그룹의 모태기업으로 그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해서도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금호타이어는 2010년 워크아웃 결정이 나면서 채권단에 42.1%의 지분이 넘어갔다. 박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 등이 보유한 지분은 현재 9%에 그친다.
이 때문에 재계 관계자들은 박 회장에게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박 회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건하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낼 경우 다시 ‘승자의 저주’에 걸려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과거 무리한 차입으로 대한통운과 대우건설을 손에 넣으려다 금호산업, 금호고속, 금호타이어를 잃었다.
그런데 이 계열사들을 되찾기 위해 또 다시 무리하게 자금을 동원하려 한다면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