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일 현대제철 대표이사 사장이 '수익성 개선을 위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이라는 구조조정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제철이 적자사업부를 자회사로 떼어내는 작업을 시작으로 앞으로 전기로 열연과 강관 등 비주력사업부를 정리하는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순손실을 내는 종속기업들도 중장기적 사업 효율화 검토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증권가 전망을 분석하면 현대제철이 단조(금속을 일정한 모양으로 만드는)사업을 전담하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자회사로 만들기로 한 것은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다는 시선이 우세하다.
현대제철은 25일 이사회에서 금속 주조와 자유단조제품의 생산·판매를 맡는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신설회사 현대아이에프씨(가칭)로 설립하는 방안을 결의했다.
현대제철은 “사업의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의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실제로는 지속되는 영업손실 부담에서 벗어나기 위해 구조조정에 착수한 것이라는 시각이 주류를 이룬다.
현대제철은 2019년에 단조사업에서 매출 약 2300억 원, 영업손실 약 140억 원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제철이 2015년에 SPP율촌에너지를 인수하면서 단조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한지 5년 만에 내린 결정이라는 점이 이런 시각에 힘을 싣는다.
현대제철은 인수 당시만 해도 시너지 확대를 위해 1200억 원 넘는 자금을 투입해 SPP율촌에너지를 손에 넣었지만 결국 조선과 산업기계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수백억 원대의 적자가 계속되자 결국 이를 본업에서 떼어내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올해를 고부가가치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성 회복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앞으로 단조사업부 물적분할과 같은 결정이 추가로 내려질 수도 있다.
김미송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의 이번 분할은 사업부 구조조정의 시작”이라며 “앞으로도 경쟁력 향상을 위해 이와 같은 사업부 조정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낮은 수익성을 보이는 비주력사업들이 다음 포트폴리오 조정 대상의 사업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당진 A열연과 강관, 스테인리스(STS) 등이 거론된다.
국내 열연업황은 전방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산업의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원재료 가격 급등에도 판매가격을 인상하기도 쉽지 않다. 포스코와 KG동부제철 등은 열연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최근 수 년 사이에 전기로 열연사업을 중단하기도 했다.
현대제철은 이미 당진 A열연공장의 생산목표를 올해 약 80만 톤 내외로 잡아놓았다. 생산능력 100만 톤에 지난해 약 89만 톤 수준의 열연을 생산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업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다.
강관사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강관의 국내 수요는 연간 350만 톤 수준이지만 국내 강관생산기업의 생산량은 500만 톤이다. 공급이 수요를 훨씬 웃도는데 여기에 중국에서 저렴하게 들어오는 제품들과 경쟁해야 해 지속적 적자가 불가피한 사업으로 꼽힌다.
종속기업 현황을 살펴보면 현대종합특수강과 해외 자회사 등도 효율화 검토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현대제철은 2019년 1~3분기에 현대종합특수강에서 순손실 74억 원을 냈다. 현대제철베이징과 현대제철톈진 등 중국 자회사들에서는 같은 기간 순손실 200억 원, 177억 원을 냈다.
현대종합특수강은 2018년부터, 현대제철베이징과 현대제철톈진 등은 2017년부터 지속적으로 순손실을 내고 있는데 안 사장이 이들을 놓고 사업 축소나 매각 등을 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증권가는 바라본다.
안동일 사장은 이미 1월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 “철강업황이 좋지 않은 만큼 굳이 우리가 경영할 필요가 없는 저수익제품들을 놓고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용환 부회장도 신년사에서 “우리가 그동안 내세워왔던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의 강점에서 벗어나 핵심사업과 고부가가치제품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