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영입한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올해 총선에서 대구 동구갑 출마를 밝히면서 류성걸 전 새누리당 의원을 포함한 이 지역 한국당 예비후보자 사이에서 전략공천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11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대구 동구갑이 제20대 총선에 이어 한국당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나온다.
▲ 이진숙 전 대전MBC사장(왼쪽)과 류성걸 전 새누리당 의원 |
대구 동구갑은 현역의원인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이 전 사장은 5일 대구 동구갑 출마를 선택했다.
공교롭게도 이 전 사장이 출마를 선언한 바로 전날인 4일 대구 동구갑에 자유한국당 소속으로 예비후보로 신청돼 있던 송영선 전 새누리당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취소했다.
송 전 의원의 예비후보 등록 취소와 이 전 사장의 출마 선언이 잇달아 나오자 사전에 합의된 움직임 아니냐는 말이 지역 정치권에서 나왔다.
이 전 사장을 대구 동구갑에 전략공천한다는 방침이 정해진 게 아니냐는 것이다.
송 전 의원은 아직까지 대구 동구갑 예비후보 등록취소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전 사장이 한국당 영입인재라는 점을 고려할 때 동구갑이 전략공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조심스럽지만 송 의원의 예비후보 등록 취소도 이 전 사장 출마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가 험지로 꼽히는 종로에 출마해 영남권 의원들의 공천 반발을 잠재울 명분이 생긴 점도 대구 동구갑이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황 대표는 커진 당내 발언권을 바탕으로 21대 국회에 총선 영입인재들을 적극적으로 입성시켜 정치적 영향력을 넓히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사장은 2019년 10월 황 대표체제 출범 뒤 첫 번째로 영입됐다.
이 전 사장은 1991년 걸프전과 2003년 이크라전을 현장에서 보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김재철 MBC 사장체제의 입’으로 통하기도 했다.
황 대표는 제1차 자유한국당 영입 환영식에서 이 전 사장을 놓고 “바른 진실을 보도하기 위해 애써온 기자”라며 “전쟁 현장 속에서 보도 열정을 불태운 대한민국 대표 여성언론인”이라고 말했다.
류성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일찌감치 대구 동구갑에서 지역기반을 다졌는데 전략공천 가능성을 놓고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류 전 의원은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보수재건위원장 계파로 꼽힌다. 대구 동구갑에 자유한국당 예비후보로 등록해 이번 총선을 준비하고 있다.
류 전 의원측 관계자는 “류 전 의원은 4년 동안 대구 동구갑 지역구에서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로 주민들과 소통해왔다”며 “보수 대통합을 위해서라도 공정한 경선을 통해 지역과 동고동락한 후보자가 공천을 받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 전 의원은 제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대구 동구갑에 당선됐으나 이어진 제20대 총선에서 지역구가 전략공천지역으로 선정돼 당으로부터 공천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다.
당시 공천 배제가 부당하다며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제20대 총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만1698표(43.17%)를 얻어 선전했지만 정종섭 의원에게 5.89%포인트 차이로 밀려 낙선됐다.
11일까지 대구 동구갑에 예비후보등록을 한 자유한국당 소속 예비후보자들은 이 전 사장과 류 전 의원을 비롯해 천영식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 김기수 변호사, 박성민 전 영남대학교 총학생회장, 김승동 전 CBS논설위원장 등 모두 6명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서재헌 더불어민주당 중앙당 상근부대변인이 대구 동구갑에서 단독으로 예비후보자로 등록해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서 부대변인은 “자유한국당 후보자가 누구든 선의의 경쟁을 펼쳐 일하는 국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안대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