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2020-01-28 15:2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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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사외이사 임기를 6년으로 제한하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라 3월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가 대폭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그동안 사외이사 인사를 보수적 기조로 해온 만큼 관련 분야 교수, 전직 공무원 등을 영입할 가능성이 크지만 깜짝인사가 발탁된다면 두 회사의 올해 사업방향에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가운데 3월 주주총회에서 최근 국무회의를 통과한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영향을 받을 건설사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등 2곳이 꼽힌다.
상법 시행령 개정안은 사외이사의 독립성 강화를 위해 한 회사에서 6년 이상 사외이사로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데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3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모두 새 기준에 걸린다.
삼성물산은 현재 사외이사 5명 가운데 장달중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권재철 수원대학교 석좌교수 등 2명이 3월 임기가 끝난다. 이들은 현재 삼성물산 사외이사로 각각 5년6개월째 재직하고 있어 연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현대건설은 사외이사 4명 가운데 신현윤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서치호 전 건국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등 2명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이들의 현재 재직기간은 각각 8년8개월에 이르러 새 인물이 필요하다.
현대건설은 2016년 3월 이후 새로운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있는데 3월 새 인물을 구하면 4년 만에 사외이사 구성원이 바뀌게 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제외한 다른 10대 건설사들은 이번 주총에서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림산업과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은 3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가 있지만 모두 재직기간이 3년이 채 되지 않아 3년 임기로 연임을 해도 개정안에 저촉되지 않는다.
GS건설은 사외이사 4명이 모두 2018년 3월 이후 선임돼 올해 3월 임기를 마치는 인사가 한 명도 없다.
반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개정된 상법 시행령을 충족하기 위해 올해뿐 아니라 내년 주총에서도 지속해서 새 사외이사를 구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물산은 2021년 이후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3명 가운데 2명이 2018년 3월 주총에서 연임에 성공해 내년 교체가 필요하다.
현대건설 역시 임기가 내년 끝나는 사외이사 2명도 각각 한 번씩 3년 임기로 연임에 성공해 재연임이 불가능하다. 현대건설은 사외이사 평균 재직기간이 6년8개월로 10대 건설사 가운데 가장 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그동안 사외이사 인사를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운영해 온 만큼 이번에 바뀌는 사외이사 역시 기존대로 관련분야 교수나 전직 고위 공무원 가운데 찾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에서 3월 임기가 끝나는 사외이사 4명은 모두 법학, 건축학, 경영학 등을 전공한 전현직 교수들인데 이 가운데 권재철 삼성물산 사외이사는 청와대 노동비서관, 고용노동부 한국고용정보원장 등을 지낸 뒤 현재 수원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건설사 사외이사들은 주요사업 추진시 자문 역할 등도 맡는데 관련분야에서 전문성을 확보한 교수들이나 행정경험을 지닌 공무원 출신 사외이사의 조언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재 삼성물산 사외이사 5명은 교수 3명, 공무원 출신 교수 1명, 외국회사 임원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현대건설 역시 사외이사 4명 가운데 2명이 교수, 1명이 감사원 감사를 지낸 변호사, 1명이 국세청 국장을 지낸 공무원 출신으로 삼성물산과 구성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최근 들어 대형건설사들이 사업 방향성에 맞춰 사외이사를 영입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깜짝인사를 통해 이사회 분위기에 변화를 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박동욱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
일례로 대림산업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3월 사외이사로 각각 김일윤 피아이에이(PIA) 대표이사와 박성훈 전 넷마블 공동대표를 영입했다.
김일윤 대표는 리만브라더스 등을 거친 투자전문가로 현재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피아이에이를 이끌고 있고 박성훈 전 대표는 카카오 최고 전략책임자(CSO) 시절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 등 굵직한 인수합병(M&A)을 이끈 인물로 알려져 있다.
김일윤 대표와 박성훈 전 대표는 당시 각각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부장판사 출신의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맡고 있던 사외이사 자리를 대체하면서 건설업계에서 의외의 선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대림산업이 부동산 디벨로퍼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석유화학분야에서 굵직한 투자를 진행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라는 과감한 선택을 한 것을 놓고 볼 때 큰 변화를 준비하는 과정에 앞서 사업방향에 맞춰 사외이사에도 변화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상법 시행령 개정안에 따른 사외이사 임기 제한과 관련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건설 관계자 역시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현재 관련부서에서 새로운 사외이사를 모색하는 단계로 아직 어떤 인물을 영입할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