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연 현대백화점면세점 대표이사가 다가오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서 승리해 면세점 4강체제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경쟁회사들과 비교해 면세점 운영능력부문에서 경험이 많지 않아 결국 자금 확보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23일 면세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제4기 면세점사업 운영자 선정 사업설명회에 참여하면서 입찰경쟁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은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덩치를 빠르게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아까운 기회다.
인천국제공항은 2018년 기준으로 면세점 매출 2조6천억 원을 내 세계 공항 가운데 가장 면세점 매출이 높다.
특히 이번에 사업자를 선정하는 면세점 사업구역은 1조2천억 원을 내는 ‘알짜’ 구역인 만큼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이를 확보하면 바잉파워(구매력)을 키우는데 큰 힘이 될 수 있다
업계의 분석을 종합해보면 현대백화점면세점의 사업권 획득 여부는 면세점 운영능력보다 입찰가격을 얼마나 써내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20년 8월 계약기간이 끝나는 제1터미널 8곳(대기업 5곳, 중소중견 3곳)의 면세사업 구역을 운영할 사업자를 선정할 때 사업제안서 60%, 입찰가격 40%의 비율로 평가해 가장 점수가 높은 사업자를 우선 협상대상자로 뽑는다.
사업제안서는 상품·브랜드 구성과 서비스·마케팅, 매장 구성·디자인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데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신생 면세점인 점에서 롯데면세점이나 신라면세점, 신세계면세점과 유의미한 차이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현대백화점면세점은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도 '3대 명품(샤넬, 에르메스,루이비통)' 등을 유치하지 못해 글로벌 상품을 판매회사와 협상력이 다른 곳과 비교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은 경쟁사보다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결국 입찰가격에 승부를 걸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황 대표로서는 이런 점에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는 2018년 현대백화점면세점 강남점을 열 때 2020년에 면세점사업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인천국제공항에서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높은 입찰금액을 제시한다면 손실폭이 커질 수밖에 없어 이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동안 인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확보한 회사들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높은 임대료를 시내면세점에서 수익을 내 메워왔는데 현대백화점은 아직까지 시내면세점에서 손실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019년에 영업손실 441억 원을 본 것으로 추산됐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2월에 동대문 두타면세점을 이어받아 새로 면세점 개장을 앞두고 있어 초기 투자 등으로 추가적 자금을 받아야 한다. 여기에 인천국제공항까지 진출하려면 결국 모회사인 현대백화점으로부터 추가적 투자를 받아야 할 수밖에 없다.
현대백화점은 지금까지 현대백화점면세점에 모두 5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24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면서 현대백화점면세점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해왔다.
현대백화점은 2019년 9월 기준으로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6천억 원에 이르고 있는 데다 순 차입금 규모도 2994억 원에 불과해 재무 건전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다만 현대백화점도 2020년 대전과 남양주에 프리미엄 아울렛매장을 개장하면서 초기 비용 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상황으로 대규모 자금지원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황용주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의 부채비율이 54%, 차입금 의존도 13% 등 재무 건전성 지표가 매우 우수하다”면서도 “올해 프리미엄 아울렛 2곳 등의 개장을 앞두고 있어 중단기적 투자부담이 있을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