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가 개정 주세법에 힘입어 새해 편의점 등 가정용시장에서도 ‘테라’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하이트진로는 최근 테라 250ml 제품을 내놓으며 ‘혼술족(집에서 혼자 술을 즐기는 사람)’ 등 가정용시장 점유율 확대에 힘을 싣고 있는데 종량세 도입으로 캔맥주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이사 사장.
6일 주류업계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맥주와 탁주에 관한 주세 부가기준이 가격 기준인 종가세에서 출고량 기준인 종량세로 전환되면서 국산 캔맥주의 출고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종가세 체계에서는 국산맥주는 제품 출고시점에 제조원가, 판매관리비, 매출이익 등을 모두 포함한 가격을 기준으로 세금이 매겨졌다.
반면 수입맥주는 수입신고 시점에 주세를 부과해 판매관리비, 매출이익 등은 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산맥주와 비교해 수입맥주에 주세가 상대적으로 적게 부과됐고 이는 제품 판매가격의 차이로 나타났다.
현재 편의점에서 하이트진로의 ‘테라’, 오비맥주의 ‘카스’ 500ml 제품은 1개당 2700원에 판매된다. 상시적으로 4캔 1만 원 행사를 진행하는 수입맥주들과 비교해 200원 비싸다.
하지만 종량세 도입으로 세금부담이 줄어들면서 국내 주류기업들이 캔맥주 제품의 출고가격을 수입맥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
2020년 1월1일부터 시행된 종량세에 따르면 캔맥주 1L당 주세는 291원, 주세와 교육세 등이 포함된 총 세금부담은 415원 줄어든다.
주류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산 캔맥주의 출고가격이 낮아지면 행사를 벌이는 수입맥주들과 같은 가격대로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며 “캔맥주는 주로 마진이 낮은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되므로 출고가격 인하가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하이트진로 테라의 폭발적 인기를 고려할 때 테라 제품이 출고가격 인하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다면 편의점 등 유통채널에서 수입맥주의 점유율을 상당 부분 뺏어올 가능성이 높다.
수입맥주는 그동안 세금부담 차이를 이용해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서 ‘4캔 1만 원’ 등의 마케팅을 공격적으로 펼치면서 시장 점유율을 크게 늘렸다.
국세청에 따르면 수입맥주의 국내시장 점유율은 2014년 6.7%에서 2018년 17.5%로 증가했다. 편의점 등 소매채널 점유율 상승세는 더욱 눈에 띈다.
편의점 CU에 따르면 전체 맥주 매출 가운데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2015년 42%에서 2019년 상반기 기준 61%로 늘어났다. 편의점 GS25 맥주 매출에서도 수입맥주 매출 비중이 60%를 넘어선다.
하이트진로 테라는 이미 국내 식당과 유흥시장에서 큰 인기를 얻으며 소비자들에게 확실하게 인지도를 쌓았다. 2019년 12월까지 매출도 지속적으로 최대치를 경신하며 높은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테라를 출시한 뒤인 2019년 2분기부터 테라, 하이트, 맥스, 필라이트 등 4대 맥주 브랜드 매출이 계속해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2019년 2분기 하이트진로 테라, 하이트, 맥스, 필라이트의 합산 매출은 2018년 같은 기간보다 5% 늘어났다. 3분기에는 9%, 4분기에는 28% 증가했다.
그 가운데 테라 매출은 2분기 369억 원, 3분기 721억 원, 4분기 810억 원으로 늘어나며 맥주시장 비수기 등 계절성도 무시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하이트진로의 매출 성장률을 볼 때 경쟁사의 신제품 전략 없이는 테라가 보여주고 있는 주류시장의 점유율 변화 방향성을 뒤집기 어려울 것”이라며 “테라는 서울과 수도권의 유흥시장을 장악하면서 다른 지역과 가정용시장 등 다른 유통채널로까지 점유율 상승세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바라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종량세 도입에 따른 시장 상황을 고려해 테라 등의 출고가격 인하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