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그동안 세상에 없던 ‘기발함’에 초점을 둔 사업확장을 꾀했다면 올해부터는 ‘현실성’을 더해 고객 눈길을 사로잡는 데 힘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겪었던 실패의 경험을 교훈으로 삼아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콘텐츠 발굴 및 시설 확대에 초점을 둔 투자 및 사업 확대기조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국내 유통산업 전반의 위기에서 생존하기 위해서 기존 사업을 재정비해 우선적으로 각 사업별 주요 고객이 원하는 것을 경쟁력으로 삼고 키워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중간은 없다’며 파격적 유통실험을 강조했는데 올해 역시 ‘어중간하면 도태된다’며 특유의 ‘실험정신’은 버리지 않았다.
다만 2020년 신세계그룹 핵심 경영기조로 ‘고객’을 내세운 데다 최근 이마트를 중심으로 한 부진한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기존 유통실험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동안 정 부회장의 특유의 ‘실험정신’이 신규사업을 시작하는 데 쓰였다면 올해에는 고객의 반응이 높은 사업에서 수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활용되는 방식이다.
우선 각 사업별로 주요 고객의 눈길을 더욱 끌어올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온라인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SSG닷컴은 이용고객들이 온라인으로 장을 본다는 관점에서 신선식품 강화와 편리한 온라인쇼핑을 위한 검색서비스 강화 등을 확대한다.
SSG닷컴은 3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1월1일부터 운영하면서 새벽배송 지역을 서울 전역으로 확대하고 베이킹센터 등을 통해 직접 제조한 빵이나 도매시장에서 바로 배송되는 농수산물을 판매하기로 했다.
검색서비스도 지난해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검색을 확대하고 지금까지 모은 빅데이터를 통해 더욱 적합한 상품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서비스를 강화한다.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에서도 기존 콘셉트인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시설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정 부회장이 2세대 스타필드라고 이름을 붙였던 ‘스타필드청라’는 2020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는데 기존 스타필드와 달리 호텔을 추가하면서 체류시간을 대폭 늘린다.
신세계푸드도 지난해 인기를 끈 ‘노브랜드 버거’를 내걸고 올해부터 가맹사업을 시작한다. 그동안 신세계푸드는 직영으로만 ‘노브랜드 버거’를 판매해왔는데 가맹사업으로 비용을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도 사업을 확장하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기존에 ‘유통실험’을 통해 '세상에 없던 것'을 강조하며 다양성을 추구했다면 올해에는 철저한 수익성 강화에 중점을 두는 셈이다.
신세계는 지난해부터 삐에로쇼핑 등 이마트 전문점사업을 구조조정해왔는데 올해에는 신세계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할 수 있다.
신세계푸드는 올해 한식브랜드인 올반 점포를 5개로 줄이고 다이닝 포차 콘셉트인 ‘푸른밤 살롱’도 문을 닫는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미래 성장성과 수익성 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이라며 “고객을 통해 기존 사업에서 차별화된 콘텐츠로 경쟁력을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