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을 통해 이스타항공을 인수해 저비용항공업계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춰 우위 다지기에 나섰다.
18일 항공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애경그룹이 제주항공의 자회사로 이스타항공을 편입하려는 것은 저비용항공업계의 구조개편에 선제적으로 대응에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가 깔려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제주항공은 국내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매출 1위 업체로서 매출 5위 업체인 이스타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통해 점유율을 확대해 국내 항공업계 시장재편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항공업황도 나아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제주항공이 발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바라봤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애경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분리매각 이슈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에어부산이 매물로 나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걸려 성장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두 회사가 중복되는 노선도 있겠지만 보완할 수 있는 노선이 존재하기 때문에 시너지효과를 충분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경그룹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합병하는 것이 아니라 자회사 형식으로 운영할 것으로 파악된다.
제주항공은 12월31일까지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기타지분을 포함한 이스타항공 주식 51.17%를 인수하는 주식 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절차를 밟는다.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지불하는 인수금액은 695억 원으로 알려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18일 체결한 양해각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보증금 명목으로 150억 원을 이스타홀딩스 측에 지급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에 긍정적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공업계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해결할 과제가 많은 회사를 손에 넣었다는 점을 우려하는 시선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2018년 말 기준으로 영업이익 53억 원을 냈고 부채비율 484.19%를 보이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이런 어려운 재무상태를 극복하고 분위기를 반전하기 위해 중거리용 항공기 보잉 737맥스 기종을 2대 도입해 싱가포르 시장을 공략하고자 했다.
하지만 2018년 10월과 2019년 3월 보잉 737맥스 기종이 추락사고를 일으키면서 세계적으로 운항이 금지되면서 이스타항공도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항공기 1대당 한 달에 7억~8억 원의 고정비가 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업계 다른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은 일본여행 자제움직임과 환율상승, 경기 악화 등이 겹쳐 실적이 크게 악화되어 온 기업”이라며 “여기에 잇따른 추락사고로 운항중단된 보잉 737맥스 기종도 2대 보유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애경그룹에서는 제주항공이 충분한 현금성 자산을 들고 있는 만큼 이스타항공 인수 이후에도 큰 어려움을 겪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경그룹 관계자는 “현재 제주항공은 현금성 자산을 약 3천억 원 정도 들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를 바탕으로 충분히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