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면서 계열사들 사이 협업을 강화하고 시너지를 추진하는 '하나의 신한'(원 신한) 목표 달성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변화하는 시장환경에 역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태도를 강조한 만큼 대규모 조직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16일 신한금융에 따르면 그룹 차원의 조직개편 계획은 연말 사장단과 임원인사가 마무리된 뒤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조용병 회장은 13일 신한금융지주 이사회에서 조 회장의 연임을 결정한 뒤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조직개편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을 받자 "그 부분에는 말을 아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향후 경영 방향성과 관련해 시장환경 변화에 맞춰 역동적으로 대응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대대적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은 16개 자회사와 6개 매트릭스 조직을 갖추고 있다"며 "운영체계에 관련한 부분을 모두 다시 들여다보고 상당히 변화를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외형이 커진 만큼 계열사와 협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이나 기존 매트릭스조직의 운영체계에 큰 변화를 시도할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는 의미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뒤 주요 계열사가 핵심사업에서 역량을 모으고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하나의 신한을 주요 목표로 앞세워 추진해왔다.
이런 목표를 바탕으로 2017년 6월 그룹 차원 협업조직인 매트릭스가 출범해 글로벌과 디지털, 투자금융(IB) 등 분야에서 계열사의 성장기반을 구축하는 데 기여했다.
조 회장은 이를 통해 신한금융그룹에서 지배력을 높일 수 있었고 글로벌 투자금융(GIB)과 같은 매트릭스조직이 그룹의 핵심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자산관리와 자산운용 등 다른 부문에서는 아직까지 상대적으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 조 회장이 꿈꾸는 하나의 신한을 완성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멀다.
결국 조 회장이 기존 매트릭스체계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시장 변화에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조직개편을 통한 쇄신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다음 3년 동안 끊임없는 조직의 혁신을 통해 경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며 "다른 때보다 더욱 빠르게 움직이는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와 경쟁하는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는 최근 잇따라 대규모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연금사업 확대와 디지털 혁신 등을 목표로 그룹 차원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주요 계열사가 시장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하나금융지주 역시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등 계열사의 주요 사업을 그룹 차원의 단일 조직과 본부장이 총괄하도록 해 협업을 강화하는 조직체계를 도입했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그룹에 매트릭스체제를 비교적 일찍 도입하며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후에는 조직에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고 있다.
저금리 장기화와 세계경기 침체, 금융당국 규제 등으로 시장환경이 달라지고 있는 만큼 신한금융그룹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후속대책에 속도를 내야만 한다.
글로벌 투자금융과 자산운용 분야를 담당하는 매트릭스조직의 본부장 임기가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이들의 거취 변화에 따라 내년 조직개편의 윤곽이 드러날 수도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부문장 인사는 이른 시일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