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평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 사장이 일본 수출규제의 장기화에 대응해 국내 기업의 소재·부품 수입원을 독일로 다변화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다.
23일 코트라에 따르면 권 사장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소재·부품 분야의 독일 기업으로부터 물품을 조달하거나 파트너십 체결, 공동 연구개발 등을 추진하는 방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 권평오 코트라 사장이 12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글로벌 파트너링 유럽 2019' 행사에서 인삿말을 하고 있다. <코트라> |
일본은 현재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품목 3개의 수출만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규제 확대 가능성에 경계를 늦추지 않고 중장기 수입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다양한 소재·부품 분야에서 국내 기업의 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공작기계 필수부품인 수치제어반만 봐도 2018년 수입물량의 91.3%를 일본에서 들여왔다.
권 사장도 정부기조에 발맞춰 코트라의 독일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소재·부품 강국으로서 일본을 대체할 주요 수입처로 지목되고 있다.
독일은 2017년 기준으로 글로벌 소재·부품·장비시장의 수출액 점유율 9.3%를 차지해 일본의 5.8%를 앞질렀다. 세계로 따져도 중국과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바스프와 머크, 지멘스 등 독일 기업들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정밀기계의 소재·부품 분야에서 글로벌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독일 소재·부품 기업들도 한국 기업과 협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 등에서 한국의 글로벌 위상을 알고 있어 한국기업과 협력하고 싶었지만 기존에는 일본 기업들의 기반이 탄탄해 영업 확대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해 코트라는 국내 기업의 독일 소재·부품 수입과 기술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권 사장은 코트라가 매해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여는 ‘글로벌 파트너링 유럽’의 2019년 행사에서 국내 기업의 독일 수입처 확대에 역점을 뒀다.
반도체소재 등 일본 수출규제의 영향을 받는 국내 기업들이 이번 행사에 상당수 참가해 독일 현지기업들과 수입 문제를 논의했다.
코트라 차원에서 독일 머크와 투자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머크는 첨단전자기기에 쓰이는 핵심 소재 생산설비와 연구개발 기반을 한국에 구축할 방침을 세웠다.
권 사장은 “소재·부품 분야에서 독일의 제조업 기반과 한국의 반도체·정보통신기술(ICT) 역량이 결합되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코트라는 9월 프랑크푸르트 모터쇼가 열렸을 때 산업통상자원부와 협력해 독일 소재·부품회사들의 한국 투자를 유치하는 활동을 진행한 끝에 기업 3곳의 투자의향을 받아냈다.
비슷한 시기에 국내 기업 대상으로 해외 소재·부품·장비기업의 설명회를 열었을 때는 독일 기업들이 소개됐다.
코트라 관계자는 “독일 소재·부품 수입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문의가 많은 편”이라며 “기존에도 소재 강국으로서 기술력을 갖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일본을 대체할 주요 소재·부품 수입국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