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다음 주 중에 열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물꼬를 트는데 주력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16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이 9월22일부터 26일까지 제74차 유엔 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북한과 미국 사이 비핵화 실무협상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24일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트럼프 대통령과도 한미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취임한 뒤 열린 2017년과 2018년 유엔총회에 모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해 온 만큼 올해는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하는 방안도 애초 검토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회담 이후 경색됐던 미국과 북한 사이의 분위기에 9월 들어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최종적으로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북한을 비롯해 이란, 아프가니스탄 등 미국의 주요 외교 현안에서 강경론을 주장해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경질했다.
그는 11일에는 “볼턴이 북한에 리비아 모델(핵 폐기 뒤 보상)을 언급한 것은 매우 큰 잘못”이라고 발언한 데 이어 12일에는 “올해 어느 시점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에게 3차 북미회담을 평양에서 열자는 내용의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놓고 “그러한 친서가 얼마 전에 있었다고 하는 것은 미국 측으로부터 상세한 설명을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과 북한의 관계도 교착국면에 빠져있는 만큼 미국과 북한이 대화 움직임을 보이는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의 돌파구를 찾으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재개와 관련된 미국의 동의를 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북한과 경제협력을 다시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대화를 이어갈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북한으로서도 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 재개는 미국에 경제제재 완화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에서 비교적 확실한 선물이 될 수 있다.
특히 개성공단은 경제적 지원이라는 측면은 물론 북한이 강력히 요구하는 체제보장 측면에서도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다.
김진향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은 6일 중국 선양에서 열린 ‘2019 민족화해포럼’에서 “북한이 종전선언, 평화협정보다 미국에게 더 받고 싶은 것은 개성공단에 미국 기업이 투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북한 인사들은 미국이 미국 기업의 진출 국가와는 전쟁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종전선언보다 실질적으로 평화를 담보할 수 있는 경제협력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으로서도 한국과 북한의 경제협력을 동의하는 태도를 보여 비핵화 과정에서 단계적 보상을 요구하는 북한과의 의견 차이를 줄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게다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은 미국의 비용이 드는 일도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에 재선을 위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에서 외교적 성과를 내기 원할 것이라는 점도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관련된 유의미한 결정이 나올 것이라는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유엔총회 일정은 여러 가지 것을 다 해결하기 위한 자리라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자리”라며 “어렵게 잡힌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 집중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