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애초 현대로지스틱스를 놓고 일부 지분매각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고 경영권은 확보하려고 했으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요구에 따라 경영권 지분 전체를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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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이는 동부그룹의 구조조정이 지연되면서 궁지에 몰린 산업은행이 현대그룹을 재촉하자 현 회장이 자구책을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뜻을 반영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대그룹이 산업은행으로부터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 지분 전체를 매각할 것으로 요구 받았다고 16일 금융업계는 전했다. 현대그룹은 국내 대기업과 일본 오릭스코퍼레이션 등을 상대로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하는 방안에 대해 다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현대로지스틱스를 놓고 기업공개할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 매각한다면 어느 정도 지분을 매각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을 해왔다. 이런 와중에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전체 매각을 주문한 만큼 그런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로지스틱스뿐 아니라 현대증권 매각도 가시권으로 들어오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산은은 현대증권으로부터 넘겨받은 지분으로 형성한 신탁재산을 담보로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매각을 진행한다. 산은 인수합병부가 직접 매각 주관사를 맡았고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위한 실사가 이미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관계자는 “현재 잠재적 인수 후보자들에게 배포할 투자유인서를 작성중”이라고 말했다. 또 산은은 올해 안에 매각 거래를 마무리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중 현대상선 LNG 사업부 매각이 가장 먼저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IMM인베스트먼트를 현대상선 LNG 사업부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이달 중 인수자 실사를 마무리하고 현대그룹과 1차 기본협상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LNG 사업부 매각 가격으로 1조1천억 원을 목표로 하고 있어 현대상선 LNG 사업부 매각은 현대그룹 구조조정의 핵심으로 꼽힌다. 그런 만큼 현대그룹도 현대상선 LNG 사업부 매각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구조조정 일환으로 3조3천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는 자구계획을 내놨다. 자구계획안에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LNG 사업부를 매각하고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를 추진하는 방안 등이 담겨있다.
현대상선 LNG 사업부와 현대증권 매각이 어느 정도 가시화 되는대로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현대로지스틱스 처리 방안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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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겸 KDB산업은행장 |
현대그룹과 산은 간의 매각에 대한 대체적인 합의가 끝남에 따라 현대그룹 자구계획은 발표된 지 4개월여 만에 이행에 속도가 붙고 있다. 4개월이라는 기간이 지체되긴 했지만 현대그룹은 현대그룹을 포함해 동부그룹과 한진그룹 등 ‘구조조정 빅3 기업’ 중 구조조정 계획이 가장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대그룹이 구조조정에 속도를 낼 수 있었던 데는 산은의 지원을 받은 만큼 자구계획을 성실히 이행해나가겠다는 현정은 회장의 성의가 반영된 덕분이다. 이는 동부그룹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이견 을 보이면서 동부제철 매각 등 자구계획 이행에 차질을 빚는 것과 대조적이다.
현 회장은 현대그룹이 고강도의 구조조정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해 7월 산업은행을 직접 찾아갔다. 그는 홍기택 KDB금융지주 회장 겸 KDB산업은행장과 30여분 동안 면담에서 그 동안의 거래 관계와 현대상선이 이행보증금 반환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것에 대한 감사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의 이런 노력 덕분인지 현대상선은 지난해 9월 산업은행으로부터 차환발행 기업으로 선정됐다. 현대상선은 한달 뒤 총 2240억 원의 회사채 차환발행을 지원받았고 같은달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2800억 원을 차환할 수 있었다.
이어 현 회장은 지난해 12월 강력한 자구계획을 내놓으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열의를 나타냈다.
현대그룹 자구계획 이행이 지지부진하던 지난 3월에도 현 회장은 산업은행에서 구조조정을 총괄하는 류희경 수석부행장을 만났다. 두 사람은 이 자리에서 현대그룹 구조조정 진행상황과 향후 계획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현 회장은 류 수석부행장을 만난 이후 자구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현대로지스틱스의 경우 기업공개 대신 지분매각으로 선회했고, 현대증권의 경우 사모주식펀드에 매각하는 대신 특수목적법인을 통해 매각하는 방안으로 선회했다. 두 경우 모두 빠른 매각을 위해 방향을 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