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상반기 기준으로 글로벌시장에서 초대형 LNG운반선은 모두 27척 발주됐는데 이 가운데 90%에 이르는 24척을 조선3사가 수주했다. 중국이 2척, 러시아가 1척으로 뒤따랐다.
이는 조선3사가 멤브레인형 LNG운반선 건조와 관련해서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은 LNG 화물창을 선박 몸체와 일체화한 형태다.
반면 일본 조선사들의 설계능력은 모스형 LNG운반선에 머물러 있다. 모스형은 반구형 화물창을 선박 몸체 위에 덮어둔 형태로 멤브레인형보다 LNG 운반량이 적을뿐더러 LNG추진방식의 엔진을 탑재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최근 선주들은 모두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을 발주한다.
조선3사는 하반기 들어서도 LNG운반선 수주시장의 지배력을 굳혀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은 기존 LNG운반선 수주계약에 딸린 부수계약(옵션) 물량을 잇따라 확보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주요 고객사이자 글로벌 메이저 선사인 마란가스로부터 LNG운반선 1척을 수주한 데 이어 추가계약을 논의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아시아 선주로부터 LNG운반선 1척을 조건부 수주했으며 러시아의 해양가스전 개발사업 ‘북극 LNG2 프로젝트’에 필요한 쇄빙 LNG운반선 건조계획에도 기술파트너로 참여해 대규모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조선3사의 LNG운반선 패권에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가 함께 도전장을 내밀고 있어 LNG운반선 설계능력 이외의 차별점이 필요해지고 있다.
앞서 8월15일 일본의 미쓰이E&S와 중국 양쯔강조선소의 합작 조선소인 양쯔미쓰이조선(YAMIC)이 공식 출범했다.
현지언론 국제선박네트워크는 “양쯔미쓰이조선은 LNG, LEG(액화에탄가스), LPG(액화석유가스)등 고부가 가스운반선의 건조를 주력으로 할 것”이라고 전했다.
미쓰이E&S는 특수선 건조를 통해 선박 건조기술을 쌓아 왔지만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의 설계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다. 반면 양쯔강조선소는 멤브레인형 LNG운반선의 설계는 보유하고 있지만 선박 건조기술이 선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 조선사들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협력관계를 맺은 셈이다.
일본과 중국의 협력은 선박을 발주하는 해운사들 사이에서도 이뤄졌다.
지난 8월6일에는 일본 3대 해운사인 MOL(미쓰이OSK해운)과 중국 1위 해운사 중국원양해운(COSCO)가 LNG를 포함한 가스 운송 프로젝트에서 협력을 확대하는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해운사 모두 러시아 야말 프로젝트나 호주 퍼시픽LNG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LNG를 운반하기 위한 LNG운반선을 꾸준히 발주해오고 있다. 양쯔미쓰이조선도 여기에 필요한 LNG운반선을 건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쇄빙 LNG운반선.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과 일본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의 LNG 관련 협력은 한국 조선3사의 지배구도에 균열을 내기 위한 것”이라며 “당장은 큰 영향을 미치지 않더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3사는 LNG운반선 수주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스마트선박 기술을 키우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8월28일 한국조선해양은 한국해양대학교와 스마트선박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기관은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스마트선박 솔루션인 ISS(Integrated Smart Ship)를 기반으로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7월 세계적 선급협회인 영국 로이드레지스터(Lloyd Register)로부터 스마트선박 솔루션의 사이버보안 인증을 획득했다. 스마트선박 솔루션의 보안 인증은 대우조선해양이 글로벌 조선업계 최초로 선급 인증을 받은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자체개발한 스마트선박 솔루션인 에스베슬(SVESSEL)에 엔진 진단 및 제어기술을 탑재하기 위해 독일의 선박엔진 기술회사 MAN-ES와 손을 잡았다.
스마트선박 기술은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전체 선박 종류에 폭넓게 적용이 가능한 만큼 중요성이 매우 높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마트선박시장은 아직까지 불확실성이 많지만 착실한 준비가 필요하다”며 “개발 전략에 따라 조선3사가 시장을 주도하는 위치에 설 것인지 (중국과 일본의) 종속적 위치로 전락할 것인지가 결정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강용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