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한국-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하면 한반도 평화에 도움이 된다고 바라봤다.
문 대통령은 30일 태국 영문일간지 ‘방콕포스트’와 서면 인터뷰에서 “아세안 10개 국가의 정상이 모인 자리에 김 위원장이 함께하는 기회가 생긴다면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에 매우 의미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아세안 특별정상회의는 11월25~26일 동안 부산에서 열린다. 연이어 11월27일에는 한국-메콩 정상회의도 진행된다.
문 대통령은 태국 방콕에서 11월에 열리는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김 위원장이 초청되면 북한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의 구체적 협력방안도 논의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김 위원장은 세 차례의 남한-북한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한-미국 정상회담에서 핵 대신 경제 발전을 선택함으로써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며 “북한이 핵을 버리고 모두와 함께할 수 있도록 아세안이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아세안이 북한과 국제사회의 중요한 소통창구라고 평가했다. 북한이 2000년 태국의 지원 아래 가입한 아세안지역안보포럼이 현재 북한에서 참여하는 유일한 지역 안보협의체인 점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남한-북한과 외교관계를 동시에 수립하고 있는 아세안 국가들이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여정에 꾸준히 함께한 점에 감사하다”며 “한반도 평화는 아세안을 포함한 동아시아의 번영으로 이어진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를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로 규정했다. 그러면서도 한국 정부가 대화를 통해 외교적으로 수출규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 외적인 이유로 서로의 경제에 해를 끼치는 일은 어리석다는 태도도 보였다.
그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와 연계해 한국에 부당하게 취한 경제적 보복조치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도 “나는 일본이 언제라도 대화의 협력의 장으로 나온다면 기꺼이 손을 잡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한국은 자유무역이 공동 번영의 길임을 스스로 증명해 강대국의 무역갈등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며 “일본이 대화와 외교적 협의의 길로 나올 수 있도록 두 국가의 가까운 친구이자 협력파트너인 아세안이 힘을 모으길 부탁한다”고 요청했다.
한국과 아세안·인도의 교류와 협력 발전을 추진하는 ‘신남방정책’과 관련해서 문 대통령은 “아세안과 인도는 한국의 가까운 이웃으로 상생하고 번영할 잠재력이 그 어느 곳보다 크다”고 말했다.
한국이 메콩강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를 질문받자 문 대통령은 “메콩강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담수어장이고 주변 땅은 비옥하다”며 “한국은 메콩강이 인도차이나 발전의 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대답했다.
그는 “메콩지역의 주민이 수자원을 공유하면서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해 그 지역이 지속가능한 발전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며 “경제발전의 경험을 나눠 ‘한강의 기적’을 ‘메콩강의 기적’으로 이뤄내자”고 말했다.
남한과 북한의 평화경제 구축을 기반으로 한반도 북쪽과 남쪽 국가들의 협력을 이끄는 ‘교량국가’를 추진할 의지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남한과 북한이 협력해 평화경제를 구축하면 북쪽으로는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과도 힘을 합칠 수 있다”며 “남쪽으로는 인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와 협력해 포용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고 바라봤다.
그는 태국과 한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발전하길 바란다면서 물 관리와 환경, 국방·방산 분야의 협력을 더욱 확대할 의지를 보였다. 태국 국민이 존경하는 선왕의 이름을 붙인 ‘푸미폰 아둔야뎃함’을 한국에서 건조한 사례도 들었다.
이번 인터뷰는 문 대통령이 9월1~6일 동안 태국 미얀마 라오스를 방문하는 일정을 앞두고 진행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