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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재판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 손실, 은행 '도덕해이' 혹 '무능함'

최석철 기자 esdolsoi@businesspost.co.kr 2019-08-22 14:4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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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파생금융상품에서 개인고객들이 수천억 원 규모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되면서 파생상품을 다루는 은행의 ‘도덕적 해이’와 ‘무능함’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는 ‘DLS(파생결합증권)/DLF(파생결합펀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3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검찰에 형사고발장을 제출하기로 했다.
 
키코 재판 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 손실, 은행 '도덕해이' 혹 '무능함'
▲ 키코(KIKO) 공동대책위원회는 ‘DLS(파생결합증권)/DLF(파생결합펀드) 파생상품 피해구제 특별대책위원회’를 꾸리고 23일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검찰에 형사고발장을 제출한다. < pixbay>

많은 중소기업이 2008년 외환파생상품 ‘키코’에 가입했다가 피해를 입었던 사례와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사태의 본질이 같다는 판단 아래 공동대응하겠다는 것이다.

키코 공동대책위는 “DLS/DLF 사건은 제2의 키코 사건”이라며 “차이라면 키코사태는 기업을 대상으로 판매한 것이고 파생결합증권은 개인을 대상으로 판매하여 금융사기를 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10년 전 키코 사태 때와 이번 사건을 비교할 때 은행원들의 상품 판매방식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고 꼬집기도 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익을 거두기 위해 파생상품의 위험을 고객들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무리하게 상품을 팔았다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은 파생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원금의 1~1.5%를 선취판매수수료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파생상품은 다양한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상품이 생겨나고 이에 따라 점차 상품구조도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와 은행 모두에게 매력적 상품으로 떠오르면서 많은 은행 창구에서 수시로 판매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금리시대에 은행 이자보다 조금이라도 더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찾아다니고 있다.

은행 역시 예대마진(예금이자와 대출이자 차이) 만으로는 성장세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파생상품 판매수수료가 좋은 수익원으로 꼽힌다.

이자 장사로 ‘땅 짚고 헤엄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위해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데 공을 들이는 움직임과도 맞물려있다. 

하지만 은행이 고객들에게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도록 유도하면서도 그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민원이 반복되면서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파는 것을 어디까지 허용해야하는지 구체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온다.

예·적금을 다루는 은행에서 파는 상품은 원금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은 안전한 상품일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현실적 인식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동안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이 판매한 파생상품에서도 상당한 손실을 본 사례가 있지만 키코 사태와 이번 DLS(파생결합증권) 사태와 같은 논란이 불거진 사례는 드물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안정을 쫒는 은행 고객과 수익을 쫓는 증권사 고객의 성향차이가 드러나는 지점”이라며 “증권사를 찾는 고객은 기본적으로 손실위험을 감수하고도 수익을 내려는 투자자라면 은행 고객은 안정적 자산관리를 원하는 성향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판매하는 파생상품의 구조와 그에 따른 위험 수준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은행원들의 파생상품 이해도가 증권사나 자산운용사 직원들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무리한 영업 확대의 지시로 일선 창구에서 소위 ‘밀어내기식 판매’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번에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채권금리(또는 영국 이자율 스와프(CMS) 금리)가 오르면 수익을 보는 구조였는데 지난해 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시장금리가 하락세도 돌아선 상황에서도 ‘손실 가능성이 낮다’며 투자를 권유했다고 투자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또 이번에 문제가 된 파생결합증권은 채권금리 상승과 하락에 따라 수익률와 손실률이 정해지는 상품이지만 은행 판매직원에게 ‘독일이 망하지 않는 한 손실을 보지 않는다’는 엉뚱한 설명을 들었다는 투자자들도 있다.

은행이 손실위험이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파생상품에 투자를 권유했다면 ‘도덕적 해이’가, 모르고 판매했다면 ‘무능함’을 드러내게 된 꼴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완전판매 사실 여부를 떠나 고객에게 손실을 볼 가능성이 매우 큰 상품을 팔았다는 점에서 은행의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책임범위가 정해지겠지만 이와 별개로 이들의 자산관리 역량을 향한 불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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