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출통제에 관련된 ‘캐치올(상황허가)’제도를 일본보다 훨씬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근거자료를 내놓았다.
일본 정부가 한국 대상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근거로 캐치올제도의 미흡한 운영을 든 점을 반박했다.
▲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찬수 무역안보과장(오른쪽)과 한철희 동북아통상과장이 12일 일본 도쿄 경제산업성 별관에서 일본의 한국 수출통제 강화와 관련해 열린 한국-일본 과장급 실무회의가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박태성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은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에게 “일본은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모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한국을 아무런 근거 없이 부당하게 폄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12일 도쿄에서 열린 실무협의에서 한국 대상의 수출규제를 강화한 이유로 캐치올제도의 불충분한 운영을 들었다. 캐치올제도는 비전략물자라 해도 대량파괴무기(WMD) 등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은 물품을 수출할 때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재래식 무기의 수출통제에 관련된 ‘바세나르 협정’을 비롯한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해 있다. 이 통제체제들의 권고로 캐치올제도를 2003년에 도입했다. 일본 역시 4대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뒤 캐치올제도를 도입했다.
박 실장은 비공식 브리핑을 통해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운영하는 캐치올제도 현황을 비교했다. 그 결과 한국이 캐치올제도를 일본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대외무역법 19조에 캐치올제도를 시행할 근거규정을 넣었다. 일본은 법령보다 낮은 수준인 시행령에 포괄해 위임했다.
캐치올제도를 적용받는 통제 대상품목의 범위를 살펴보면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소폭 넓다. 국가별 범위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더욱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화이트리스트(일반포괄허가) 국가에 캐치올제도의 3대요건 가운데 ‘인지’와 ‘통보’를 적용하는 반면 일본은 화이트리스트국가에 3대요건을 모두 적용하지 않는다.
화이트리스트에 포함되지 않은 국가 상대로 우리나라는 ‘인지’와 ‘통보’에 ‘의심’을 더한 3개 요건을 모두 적용한다. 일본은 ‘인지’와 ‘통보’만 적용한다.
인지는 수출자가 수출되는 물품이 대량살상무기 등으로 전용될 의도를 알고 있는 사례, 의심은 그럴 가능성이 의심되는 사례를 가리킨다. 통보는 정부가 상황허가 대상인 품목을 지정해 수출자에게 개별적으로 알려주는 사례를 말한다.
국제연합에서 지정한 무기 금수국가를 대상으로 우리나라는 캐치올제도의 3대 요건을 모두 따지는 반면 일본은 부분적으로만 적용한다.
박 실장은 미국의 비영리 국제과학안보연구기관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가 5월에 내놓은 자료도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캐치올제도를 엄격하게 운영한다는 근거로 제시했다.
과학국제안보연구소가 내놓은 국가별 전략물자 관리제도의 평가현황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는 17위를 차지해 일본(36위)을 앞질렀다.
산업부는 16일 일본 정부에 국장급 인사들이 참여하는 전략물자 수출통제 협의체를 열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12일 과장급 실무협의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다.
박 실장은 “일본에서 협의 요청을 받아들일 뜻이 없다고 기자 브리핑으로 밝혔다”며 “우리는 언제든 양자협의를 받아들일 준비를 갖췄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