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난색을 보이고 있지만 항공사 오너가 지닌 매력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말도 나온다.
▲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24일 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국적 대형항공사(FSC)의 오너가 된다는 것은 단순히 한 회사의 주인이 된다는 것보다 더 큰 의미가 있다.
올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대기업집단 순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이 속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총액 기준 28위에 올라있다.
하지만 국적 대형항공사라는 이름이 의미하는 가치는 단순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자산총액만으로 설명하기 힘들다.
항공은 가장 발전된 형태의 운송수단이다. 정·관계 고위인사, 재벌 총수 등 재계인사, 유명인(셀러브리티) 등이 즐겨 찾는 운송수단이기 때문에 항공사 오너는 이들과 직·간접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가 많다.
2010년 대통령 전용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항공사 오너가 대통령 해외순방길에 무조건 동승하는 관례가 있기도 했다. 항공사 오너가 다른 어떤 기업의 오너보다도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는 뜻이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역시 대통령 특별기에 대통령과 동승한 적이 많다.
2018년 말 발생한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의 갑횡포(갑질)사건 역시 항공사가 VIP에게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8년 11월 서 회장이 대한항공 비행기 안에서 승무원에게 반말, 비속어 사용, 외모 비하 등을 했다는 의혹이 일었다.
이와 관련해 일반석, 비즈니스석 등과 분리된 공간인 일등석에서 발생한 사건이 외부로 알려졌기 때문에 대한항공 내부에서 관련 문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항공사가 VIP의 사회적 평판과 관련된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사건이다.
세계를 무대로 사업이 진행되는 항공업의 특성상 글로벌 인맥을 쌓을 기회도 많다.
별세한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은 평생 항공업에 몸담으면서 쌓은 인맥을 바탕으로 2018 동계올림픽을 평창에 유치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박삼구 전 회장은 지속적으로 몽골 정치인들과 교류하며 한국~몽골 사이 운수권 확대되는 데 영향력을 미치기도 했다. 항공사 오너들이 종종 ‘민간 외교관’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이유다.
항공업 자체의 사업적 전망도 밝다. 북한을 통한 육로를 이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출·입국자 대부분이 하늘길을 이용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8년 연간 출국자 수는 10년 전보다 약 2.4배 늘어났다. 인천국제공항 공항통계에 따르면 2019년 1월부터 5월까지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2951만9651명으로 145만4252명 늘었다.
항공업이라는 업종 자체에 세련되고 기술집약적 이미지가 있는 만큼 대기업집단, 나아가서는 오너 개인의 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후보로 오르내리는 SK와 한화 등은 모두 오너의 색채가 강한 그룹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보로 두 그룹이 중점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오너의 강한 이미지 역시 무관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재벌 총수 가운데 ‘항공사를 운영한다’는 상징성을 얻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며 “아시아나항공 정도로 규모가 큰 항공사가 인수합병(M&A)시장에 나오는 일이 흔치 않은 만큼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여러 오너들이 큰 관심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