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의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기 전까지 지주사 CJ의 기업가치가 계속 저평가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말들이 소액주주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CJ의 주가가 낮을 때
이재현 회장에서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으로 경영권 승계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CJ로서는 굳이 주가부양에 나설 이유가 없어 CJ 기업가치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왼쪽)과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 |
1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J의 기업가치 하락이 이 회장과 아들 이 부장에게는 오히려 호재가 될 수 있다.
14일 기준 CJ 주가는 10만2500원으로 2013년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고점이었던 2015년 8월 30만9764원과 비교하면 3분의 1 토막이 났다.
CJ 기업가치가 떨어진 것은 주요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했기 때문이지만 주가 하락폭은 계열사보다 컸다.
2015년 최고가와 대비해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의 현재 주가는 각각 40%. 30%가량 떨어진 반면 CJ는 약 70%나 급락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이 회장이 보유한 CJ 지분을 상속 혹은 증여할 때 내야하는 세금은 줄게 됐다.
일반적으로 상속세 또는 증여세는 50%의 세율이 적용된다. 하지만 현생 상속세법의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라는 제도에 따르면 최대주주가 소유한 주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것을 고려해 세율이 65%까지 오를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CJ 지분 42.07%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재가 기준으로 지분가치는 약 1조2천억 원가량이다. 따라서 이 회장이 이선호 부장에게 CJ 지분을 물려주기 위해서는 최대 8천억 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2015년 CJ 주식의 최고가 기준으로는 2조4610억 원의 증여세를 내야 했던 것과 비교하면 세금부담이 대폭 줄어든 셈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만약 CJ 주가가 현재의 2분의 1 수준인 5만 원까지 하락하면 증여세 부담은 3983억 원으로 줄어든다”며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주가에 따라 증여세 부담을 2조 원 이상 줄일 수 있다”고 파악했다.
CJ의 기업가치가 떨어지면 이선호 부장이 보유한 CJ올리브영 지분의 활용도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이 부장은 CJ올리브영 지분 17.97%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 지분을 승계를 위한 지렛대로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 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약 6630억 원으로 평가된 점을 고려하면 이 부장의 지분가치는 1191억 정도다.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CJ올리브영은 최근 2년 동안 성장세가 둔화됐지만 온라인부문이 실적 개선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당 매출도 개선돼 CJ그룹은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만약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가 6630억 원에서 1조 원까지 커진 뒤 CJ올리브영과 CJ의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이 부장을 비롯한 CJ그룹 오너일가는 CJ 지분 15.3%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CJ그룹 오너 일가는 현재 CJ올리브영 지분 44%를 들고 있다.
CJ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동시에 CJ올리브영 가치가 오르는 것이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와 그룹 지배력 확보에서는 가장 유리한 셈이다.
이 때문에 CJ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CJ그룹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끝나기 전에는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한 CJ 소액주주는 “CJ의 기업가치 하락으로 경영권 승계에 우호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만큼 CJ그룹이 주가 부양할 의지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빠르게 경영권 승계작업이 마무리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