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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에 속도를 내면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건희 회장의 갑작스럽 와병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아직 건재한 만큼 정 부회장은 경영보폭만 넓히고 있다.
◆ 대외 보폭 넓히는 정 부회장
1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이 7월1일 완료된다. 규모가 커진 현대제철이 출범하면 현대제철에서 경영기획과 품질관리를 맡고 있는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차그룹에서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들은 아직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 대한 말을 아끼고 있다. 정몽구 회장이 아직 건재하고 올해도 북미시장을 점검하러 출장길에 오르는 등 현대차그룹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최근 대외활동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얼굴 역할을 하면서 서서히 경영보폭을 넓히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5월 한국을 방문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정몽구 회장과 면담하는 자리에도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또 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 중동과 러시아를 오가며 해외시장을 챙기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해 현대차의 친환경차 쏘나타 플러그인하이브리드를 직접 발표했다. 지난 3월 현대차 중국 5공장의 준비상황을 챙기기 위해 중국 출장길에 오른 데 이어 지난 4월 중국 4공장 착공식에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참석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에도 러시아시장을 점검하기 위해 러시아 출장길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현대차 울산공장을 방문한 체코 총리를 영접해 1시간30분에 걸쳐 공장을 안내했다. 그동안 현대차를 방문한 국가 정상급 인사는 주로 정몽구 회장이 영접했지만 정 부회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정몽구 회장이 현대차 부회장단의 세대교체를 실시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이 젊어지고 작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말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이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에 합류하면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9명이 됐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한때 14명까지 늘었지만 이제 9명뿐이다. 평균연령도 60대에서 50대로 낮아졌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의 평균 나이는 정 부회장을 포함해 지난해 초 61.7세에서 현재 59.3세로 2살 이상 젊어졌다. 부회장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이형근 부회장, 윤여철 부회장, 신종운 부회장이 1952년생이고 나머지는 1954년에서 1957년생으로 채워졌다.
정몽구 회장의 사위인 정태영 부회장은 1960년생으로 정 부회장 다음으로 가장 젊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에서 정몽구 회장의 최측근이나 가신으로 통하던 원로들은 대부분 자리에서 물러났다.
정 부회장은 부회장단 가운데 가장 오래 부회장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정 부회장보다 먼저 부회장 직함을 단 임원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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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왼쪽에서 세번째)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초청 문화체육 활성화를 위한 기업인 오찬에 참석해 박 대통령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뉴시스> |
◆ 자산승계도 서서히 진행중
정의선 부회장의 자산승계작업도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물려받으려면 현대모비스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정 부회장은 현재 현대글로비스 지분 23.3%,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 이노션 지분 10%, 기아차 지분 1.7%, 현대위아 지분 1.95%, 현대오토에버 지분 9.47%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이 지분을 통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매입하거나 정몽구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물려받을 때 내야 할 상속세를 마련해야 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이노션 지분을 팔고 올해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하면서 총 1조 원에 이르는 현금을 확보했다.
정 부회장이 이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은 그리 많지 않다. 1조 원을 모두 투입한다고 할 때 현대모비스 지분 4~5%를 사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이 2대주주로 있는 현대엔지니어링 지분이 경영권 승계의 핵심으로 꼽힌다. 정 부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를 끌어올려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연내상장을 점치기도 한다. 다음달로 예정된 이노션 상장을 마무리한 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을 타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상장에 대한 기대감에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는 1일 현재 장외시장에서 126만5천 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6일 처음 100만 원을 넘어 107만5천 원에 거래된 뒤 한 달여 만에 18%가량 올랐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가치도 9조6081억 원으로 10조 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모기업 현대건설의 시가총액은 넘어선 지 오래다.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가치도 1조1천억 원에 이른다.
이노션 상장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노션은 6월 초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이르면 오는 7월 상장한다.
이 과정에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지분 10%도 구주매출 방식으로 매각하기로 했다. 상장이 완료되면 정 부회장의 이노션 지분은 하나도 없게 된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노션의 시가총액이 1조5천억 원에서 최대 2조 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정 부회장은 이노션 지분을 매각해 1500억~2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